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은 ‘근로자’라는 표현을 굉장히 싫어한다. 노동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육체와 정신을 써서 일을 하다”이고 근로는 “힘을 들여 부지런히 일함”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노동자와 근로자는 사회역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노동자가 능동적 주체라면 근로자는 수동적인 대상이다.

우리는 노동 혹은 노동자를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보지만 기득권 세력은 ‘노동’이라는 표현 자체에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부여한다. 포털 뉴스검색에서 ‘노동’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기사는 북한 관련 뉴스이다. 북한에서 주로 쓰는 말이고 조선노동당이 연상되니 일단 불온시하고 본다는 식이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병존하고 법에도 근로 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 조정법이 혼재한다. 기득권 세력이 근로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하는’ 순종적인 일꾼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산과 역사의 주역이라며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존재임을 자임하는 노동자를 지배세력이 좋아할 리가 없다.

우리 언론들도 대체로 ‘근로자’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노동자들에게 이런 표현은 다분히 ‘모욕적’이다. 근로정신대만 떠올려보아도 근로자는 노동자를 폄훼하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산재사망 보도에는 근로자도 아니고 ‘인부’가 등장한다. 일본식 표현일텐데 다분히 ‘노동천시적’ 표현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자신을 ‘정치노무자’라고 표현했다. 역시 일본식 표현이고 하찮게 여기는 태도이다. 정주영씨는 생전에 꼭 ‘뇌동자’ 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사회는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조합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다보니 노동자 스스로도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될 학생들에게 노동법의 존재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현장실습 나온 고 학생들이 과로사를 하는데도 이들의 권리를 알려주는 학교는 없다. 노동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든 재화와 서비스 생산과 소비의 주역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언론이 스스로의 검열에 의해서든 몰라서든 시켜서든 노동을 천시하고 혐오하는 방식이 근로자 노무자 인부처럼 뭔가 다른 것을 찾아내고 표현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그냥 노동자로 불러주어야 한다.

정호희 민주노총 선전홍보실장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