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려운 순간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

군 장병들은 '어머니'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군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다.[사진=우정의 무대 캡쳐] 
군 장병들은 '어머니'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군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다.[사진=우정의 무대 캡쳐]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군에서 어머니란 호칭은 사랑과 희생이 담긴 포근함을 넘어 심리적으로 압박되는 순간도 극복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단어이기도 하였다.

가장 힘들다는 유격이나 공수훈련을 하면서 높은 곳에 올라 생명줄 하나만 믿고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은 아찔함을 넘어 혼을 빼는 듯한 심한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이때 빠지지 않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조교의 짓궂은 질문이다. 조교들이 “애인 있습니까?” 하고 물었고 있다고 하면 “애인 이름 3회 복창!” 하였고 애인이 없다고 하면 대신 “어머니”를 외치라고 하였다.

결국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으악!”하며 뛰어내리곤 하였다. 그렇게 우리들의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나 용기가 없을 때 힘을 북돋아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과거 모 방송국에서 군 부대를 순회하며 “우정의 무대”라는 프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장기자랑 코너는 장병들이 노래, 체력, 춤, 악기연주 등 자신만의 개인기를 보여주며 병영에서 표출하지 못했던 젊은 끼를 맘껏 펼쳤다.

이어지는 걸 그룹의 공연은 금녀의 구역이었던 병영 공간을 순식간에 뜨겁게 만들어서 장병들의 함성과 환호, 괴성이 무려 부대 인근 십리 밖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렇게 장병들이 열광하던 연예인은 “군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1세대였던 김완선, 엄정화, 강수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걸 그룹들은 모두 한때 군통령으로 등극하였던 분들이다.

그러나 가장 기억되는 이 프로의 하이라이트는 ‘보고 싶은 어머니’라는 순서였다. 무대 뒤에서 초대받아 그 자리에 오신 어머니 한 분이 어린 시절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거나 가족들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하기 시작하면 모든 장병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혹시 자기 어머니인가 집중하였다.

이어서 사회자가 자기 어머니라고 생각되는 병사는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하면 십여 명이 우르르 뛰어나가서 서로 자기 어머니라고 주장하며 어머니와의 얽힌 사연을 이야기할 때는 모두가 숙연해지곤 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기 어머니의 등장에 병사는 그저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물을 훔치면서 먼 전방 골짜기까지 찾아온 어머니를 등에 업고 기뻐하였다. 장병 모두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었지만 마치 자신의 어머니도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양 하나같이 반가워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시곤 하였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는데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항상 어머니는 해결사 노릇을 하였다. 야외훈련 중 현지 탈영한 병사를 얼른 산에서 내려오도록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병사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확성기를 통해 “아들아! 엄마가 왔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강심장의 탈영병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대로 자진 복귀하곤 하였다.

1956년에 어머니날이 제정되었고 1973년에 아버지도 포함한 어버이날이 된 것이 벌써 50년이 되었다. 이날이 되면 부모님들 가슴에는 카네이션이 달리고 출근한 직장에서는 은근히 아이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자랑하는 얘기가 들리곤 하였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군에 간 아들은 둔 부모라도 생전 처음 자식으로부터 감동적인 효도 편지를 받아 볼 수 있는 날이 바로 이날이었다. 군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이후 이런 편지를 쓰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아무래도 어버이날만큼은 자신이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담아 부모님께 편지 한 장 써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아마 그렇게 보낸 편지를 부모님은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며 보고 또 보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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