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온 탈북 일가족 명품 치장 화제
“돈 챙겨왔다” 소문 속 거액 보로금 받아
지난 10년간 탈북민에 보로금 66억 지급

지난 4월 16일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 준공식에서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영매체의 이런 선전과 달리 엘리트의 체제 이반과 탈북은 심상치않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 4월 16일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 준공식에서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영매체의 이런 선전과 달리 엘리트의 체제 이반과 탈북은 심상치않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엘리트 탈북이 줄을 잇던 1990년대 중후반 유럽 공관에서 근무하던 북한 고위층 자제 일가족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TV 카메라에 비친 이들의 모습이 남달랐다. 늘상 보던 북한사람들과 달리 ‘부티’가 줄줄 흘렀고 어린 아들과 딸도 부유층 자제처럼 보인 것이다. 특히 부인이 들고 있던 L브랜드의 최신상 명품백이 화제가 됐다.

한국 정착 후 씀씀이도 남달랐다. 대형 이민가방에 100달러 지폐를 가득 담아왔다는 얘기부터 평양으로 보낼 거액의 자금을 가져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들의 탈북⋅망명과 국내 입국을 지원한 대북 정보당국 관계자는 “한국행을 맘먹은 뒤 어느 정도 돈을 챙겨온 건 맞지만 우리 정부가 주는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무슨 일을 했길래 상당한 액수의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해답은 우리 정부나 당국이 필요한 대북정보나 관련 장비 등을 제공했을 때 주는 보로금이었다. 간첩선을 발견해 신고하거나 선박⋅무기 등을 노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을 때 주는 돈과 같은 성격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10년 동안 탈북민에게 지급된 보로금은 66억68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모두 64명에게 3억9800만원을 줬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사람은 1억4800만원이었고, 최저는 300만원이다.

올해 들어서도 4월말까지 15명에게 최고 7600만원을 주는 등 1억6300만원이 집행됐다고 한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부인⋅아들을 데리고 2016년 8월 한국에 입국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억대의 보로금을 받았다. 앞서 1997년 베이징에 머물다 탈북⋅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당시로는 최고 한도액인 2억5000만원(현재는 상향 조정돼 10억원)을 수령했다.

일반 탈북민의 경우 1인가구 기준으로 9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2014년 이후 연간 보로금 지급 총액이 가장 많았던 건 2016년으로 10억8500만원이었고 지난해가 3억98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국내 정착 탈북민 숫자는 2014~2019년까지 1000명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크게 줄었다.

탈북민 숫자 급감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로금 지출이 확 줄어들지 않은 건 해외에 근무하던 외교관이나 엘리트가 꾸준히 유입되고 이들이 북한 고위층 인사와 관련한 사항이나 자신이 다루던 비밀 내용을 우리 정부 당국의 조사과정에서 털어놓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조성길 대리대사 등도 상당한 보로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입국 고위 탈북민 숫자가 늘고 있고, 지금도 우리 관계당국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공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고 억대에 이르는 보로금은 목숨을 걸고 탈북⋅망명한 북한 엘리트와 그 가족이 한국생활에 정착하고 새로운 삶을 일궈나가는 데 든든한 밑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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