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작전 전문 직업 군인 7천여 명 매년 전역, 사회진출
군사작전이나 전쟁 임무 현역만의 영역이라는 인식 깨야할 때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2003년 이라크전쟁이 벌어졌을 때의 일이다. 당시 동영상을 통하여 놀랄만한 현장 소식들이 많이 소개되었었다.

그 중 하나가 깜깜한 야밤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반군을 찾아 미군 항공기가 공격하는 장면이었다.

반군들은 도대체 비행기 소리도 안 들리는데 어디선가 미사일과 총알이 날아와서 자신들을 공격하니 공포와 혼란이 엄습하였고 참호 속이나 트럭 밑으로 숨어들어도 정확하게 계속 사격이 가해지니 완전히 아비규환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것은 원래 병력 수송용이던 C130항공기에 105미리 포와 각종 무기를 부착하여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비행하면서 야간에도 적외선 조준장치를 이용하여 원거리의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개량한 AC130항공기의 공격 모습이었다.

그런데 깜깜한 야밤에 깊은 야산에 숨어있는 반군들을 어떻게 수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비행하는 항공기가 이렇게나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표적을 찾고 포격을 유도하는 특수요원이 그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에 특수부대는 적진 후방으로 침투하여 정보를 수집하거나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이 수행하는 임무 중에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이 바로 은밀히 침투하여 주요 표적을 감시하거나 항공기나 포격을 유도하는 일이다.

당연히 적 지역에서 수행해야 하는 이 임무에는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된다. 선발, 양성, 운용, 사후 처우에 이르기까지 많은 비용이 투자되는 이들을 잃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경악했던 테러리스트들의 포로 처단식(be headed) 장면은 얼마나 특수작전이 잔인하고 무자비한 환경에 노출되는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에서는 이런 임무를 전담할 수 있는 능력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용역회사 PMC(민간 군사기업, private military company)가 탄생하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들 PMC는 냉전이 끝난 이후 실업자가 된 퇴역 군인이나 군사 전문가를 영입하여 몸집을 불렸고 이후 걸프전쟁과 이라크, 아프간 전쟁 등에서는 실제 군사작전에 투입되어 맹활약을 하였는데 이라크전의 경우 약 60여개의 회사, 2만 여명의 전문 요원들이 투입되어 특수작전 임무를 수행하였다.

돈은 많이 들지만 국가적 임무에 이 용역회사를 운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이들의 신분은 민간인이어서 작전지역에 잠입하여 활동하는데 복장이나 용모 면에서 정규군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보인다.

당장 투입해도 임무수행이 가능하여 국가가 별도로 감당해야 할 양성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작전 중 사망하더라도 보훈 부담이 없다. 모든 보상은 정부와 계약한 민간 회사에서 부담하기 때문이다. 설혹 포로가 되더라도 신분 자체가 민간인이기 때문에 협상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러시아는 일찍부터 이런 사설 용역기업을 활용하여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각지에서의 작전을 수행하였고 현지에 진출한 러시아 기업의 경비도 담당하게 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상 작전의 주역이 된 와그너 그룹(wagner group)은 2014년 크림반도 점령 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전쟁 용역회사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부를 둔 이 회사는 러시아 각지에서 신입사원(전사)을 모집하여 군사시설을 이용하여 훈련시키고 있다.

숙달된 사원들은 대개 월 2천 달러 이상의 급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국민 평균소득의 세배정도 되는 높은 수준이어서 지원자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대량 손실로 말미암아 국내의 지원자가 급감하여 이제는 해외로 모집 대상을 확대하였다.

많은 나라의 PMC운용은 제대로 된 국제적 규범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여서 우려되거나 지탄받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미 현대 군사작전 수행 요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 되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6위권의 재래식 전투력을 자랑하며 그중에서도 특수작전 능력은 전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임무에 종사하는 전문 직업 군인 7천여 명이 매년 전역하여 사회로 진출한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에도 이미 한국형 PMC가 탄생했을 법한데 아직도 군사작전이나 전쟁 임무는 현역만이 담당하는 영역이라는 인식에서 깨어나지 않아 전역한 군 전문가들의 기량이 그냥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의 나라 전쟁을 볼 때 사용되는 신 장비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전장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일촉즉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관행을 깨는 용기와 변화에 반응하는 민첩함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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