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장취는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전승해야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일제 강점기 민속악 합주(평양 기생학교)
일제 강점기 민속악 합주(평양 기생학교)

<봉장취(鳳將吹>는 시나위나 산조 합주가 연주되기 이전에 등장한 민속합주곡

  우리 국악에 대해 비교적 많이 아는 분이라 하더라도 민속악 봉장취(鳳將吹)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속악 무대에 봉장취(鳳將吹)가 연주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봉장취(鳳將吹)/(鳳長醉)>는 시나위나 산조 합주가 연주되기 이전에 등장한 민속합주곡이다. 전라도·충청도·경기도 등 남부지방의 사가(私家) 잔치에서 민간 악공들이나 풍각쟁이들에 의하여 조선조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 직후까지 연주되어오던 민속 기악곡의 하나다. <봉장추(鳳將雛)>,<봉작취(鳳雀吹)>,<봉황곡(鳳凰曲)> 등으로도 불린다.

  <봉장취>가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순조 때의 판소리 중흥 자 신재효(申在孝: 1812~1884)가 지은 <변강쇠타령> 사설 속에서다. 풍각(風角)을 하며 걸식(乞食)했던 풍각쟁이 패인 유랑 악사들을 불러 <봉장취>를 연주하게 했다는 사설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신재효(申在孝)의 <변강쇠타령> 속에는 <봉장취>가 아니라 <봉장추(鳳將雛)>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봉장취>는 음악의 중간에서 새소리를 흉내 낸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 한다. 

  민속음악 학자인 이보형은 풍각쟁이는 크게 퉁소·해금·가야금·북·가객·무동으로 편성이 되고, 작게는 퉁소·해금·북 또는 퉁소·해금 또는 퉁소·꽹과리로 편성되며, 때에 따라서는 퉁소 또는 해금잽이 홀로 행걸(行乞)을 했으며 이들이 연주하는 악곡에는 흔히 <니나리가락>(메나리가락), <시나위가락>(심방곡), <봉장취>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조 말 민속악 합주
조선조 말 민속악 합주

<봉장취>는 새 울음소리를 흉내 낸 선율이 특징

<봉장취>는 일제강점기에 유성기 음반에 취입되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피리 명인이었던 유병갑은 1910년대 ‘일본축음기 상회’의 ‘닙보노홍’이라는 유성기 음반에 <피리기러기타령>을 취입하였다. 이후 1930년대 빅타 스타에 유동초가 <봉작취>를, 정해시·김덕진·한성준 등이 <봉황곡>을, 박종기·강태홍이 <봉장취>를 취입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봉장취>는 풍각쟁이의 음악을 넘어서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정착한 것이었다.

 <봉장취>의 음악적 특징은 육자백이토리로 되어 있고, 곡에 따라 완전4도와 완전5도 위, 아래로 전조하며, 주로 중중모리나 자진모리 장단을 쓰고, 새 울음소리를 흉내 낸 선율이 특징이며 시나위 보다는 산조에 가까운 음악으로 산조 음악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독주 또는 합주로 연주하는데, 독주일 경우에는 퉁소나 젓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 합주일 경우에는 퉁소와 해금 또는 젓대·피리·해금·가야금 등으로 장구의 장단에 맞추어 연주한다. <봉장취>는 곡만으로 연주하는 경우와 이야기체인 아니리를 섞어 가며 고니 이야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있다.

<봉장취>를 무형문화재 예능 종목에 종목 지정하여 전승해야

정회천
정회천

  <봉장취>는 광복 후에도 풍각쟁이들에 의해 전승되었지만, 산업화 및 도시화 등의 경향으로 풍각쟁이가 사라지면서 그 음악 또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1987년 11월 대학로 문예회관 무대에서 대금 명인 이생강 선생과 아쟁의 윤윤석 명인, 해금의 전태용 명인, 장고의 이성진 명인, 문일 선생의 징, 정회천의 가야금 즉흥 합주곡으로 재현하여 연주되었다. 당대의 명인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재현이었다. 

  <봉장취>는 이 연주를 마지막으로 1987년 이후에는 연주된 적이 거의 없다. 시중에 전북대 정회천 명예교수가 자신이 연주한 <최옥산제 함동정월류 가야금산조>와 <봉장취> 합주 녹음 연주를 담은 CD 음반 정도밖에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선대들이 물려준 귀중한 악곡이자 무형 문화유산인 <봉장취>를 무형문화재 예능 종목으로 종목 지정하여 보존하고 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아름다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 멋들어진 <봉장취>에 취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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