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3명 중 2명 2024년 최저임금 ‘인하’ 요구
소상공인 83% ‘업종별로 최저임금 구분해야’ 입장
노동계는 24.7% 오른 1만2000원 주장..양측 팽팽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대전지역 28개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명이 지난 2일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대전지역 28개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명이 지난 2일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최저임금을 놓고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고용주는 한 푼이라도 덜 줘야 이문이 더 남고, 피고용인은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노동의 대가에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가까워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저임금 책정을 놓고 두 집단이 첨예하게 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 장사가 잘 되고, 소비가 늘어 생산시설 가동률이 높다면 최저임금을 후하게 책정할 수 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고용주들의 입장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불경기라 일거리도 없고 물가도 치솟아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조차 버겁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평행선 같은 인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지독한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난 3년 여 간 소상공인들은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었다. 한 집 걸러 간판을 내리는 식당이 속출하고, 영세한 공장은 일거리가 없어 속수무책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의 현실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 일당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져 생계가 막막해졌고, 그나마 붙어있던 자리에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노동 현장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열리고 있다. 8일 열리는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임금 차등적용안'까지 논의될 예정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는 고금리 등으로 인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소상공인 60% 이상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동계는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24.7% 오른 1만2000원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최저임금 지불능력 및 최저임금 정책관련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 3명 중 2명은 2024년도 최저임금 ‘인하’를, 나머지 1명은 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기존인력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보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부터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최저임금에 대해 소상공인 64.5%가 ‘인하’, 33.3%가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58.7%가 신규채용 축소, 44.5%가 기존인력 감원, 42.3%가 근로시간 단축 등을 실시해야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소상공인의 83.0%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업종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57.1%)을 가장 많이 내놨으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농림어업·숙박음식업 등 업종에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31.6%에 달했다.

또 사업주 79.7%가 현행 최저임금(9620원)에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으며 ‘매우 부담이 크다’도 2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지난달 25일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지난달 25일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노사 양측을 모두 만족시킬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으로 노동계와 정부, 사용자 측의 대화창구는 완전히 막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벌일 줄다리기를 조율할 마땅한 주체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2024년도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임위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 29일) 관련 결정을 내린 후 이를 제출해야 한다.

소상공인 실태조사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노베이션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8~27일 업종별·지역별 비례추출 방식으로 전국 소상공인 1000개(전년도 추적조사 100개 포함)를 선정, 방문조사(전년도 추적조사의 경우 전화 조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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