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발전상 영상에 드러날까 노심초사
과거 회담 땐 “자동차 모았구만” 북 발언에
“빌딩까지 가져다 놓느라 고생” 응수도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 매체에 등장한 남한 시위사진. 주변의 빌딩과 차량이 드러나지 않게 처리했다.[사진=평양타임스]
북한 매체에 등장한 남한 시위사진. 주변의 빌딩과 차량이 드러나지 않게 처리했다.[사진=평양타임스]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이 대남 선동을 재개했다. 한동안 ‘남조선 무시’ 전략을 펼치려는 듯, 남한 관련 보도를 거의 않던 모습에서 벗어나 슬슬 대남 비방과 북한 체제 선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계기로 더욱 노골적으로 대남 선전⋅선동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고 한미일 공조를 통해 대북압박 수위를 높이는 윤석열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눈엣 가시일 수밖에 없다.

북한 매체의 초점은 민노총 등 노동단체의 시위에 맞춰진다. 노조와 시민 단체 등이 구호판이나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서울 시내를 행진하는 모습이나 연좌농성을 펼치는 모습이 북한 신문과 방송에 등장한다.

그런데, 사진의 앵글을 살펴보면 서울의 시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다루는 북한 매체와 기자들의 고민이 드러난다. 광화문이나 서울시청 등에 즐비한 고층건물이나 시위로 인해 체증을 빚는 차량행렬은 쏙 빼버린 채 시위인파와 구호에만 집중시킨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련 사진을 누가 일부러 이렇게 찍어 북한에 보내준 건 물론 아니다. 주로 우리 매체에 실린 사진을 무단 사용하는 형태다. 원본 사진과 비교해 보면 빌딩이나 차량이 드러나지 않는 장면을 골라 주변 모습을 최대한 트리밍하거나 편집한 걸 쓰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모습은 김정은 체제 들어 평양 등지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체제 선전성 고층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을 다루는 북한 매체의 앵글과 대비된다. 카메라를 최대한 아래에서 위쪽으로 향하게 만들어 건물의 위용을 드러내려 애쓰기 때문이다.

평양의 아파트와 주민 모습을 담은 북한 선전 영상. 고층 건물을 부각시킨 앵글이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평양의 아파트와 주민 모습을 담은 북한 선전 영상. 고층 건물을 부각시킨 앵글이 눈길을 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사실 고층빌딩과 자동차 행렬은 남북 간 체제 대결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의 경제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남북 사이의 경제력 격차가 본격화 된 1980년대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1985년 9월 이뤄진 서울⋅평양 간 남북 고향방문단 행사나 88서울올림픽 직후부터 시작된 남북 고위급 회담 때 북한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고위급 회담 때는 서울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교통체증까지 보이는 자가용 행렬을 보고 “차량을 꽤 많이 한데다 모아 놓았구만”하며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우리 대표단 관계자는 “맞습니다. 저 빌딩들까지 한 곳에 모으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죠”라고 응수해 북한 대표단을 머쓱하게 만들었다는 후문도 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이 남한의 시위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반정부 선동이나 반미⋅반일 분위기 고조를 노리고 있지만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고 있고 일부에서는 남한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를 탐닉하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제정해 드라마 시청만으로도 징역 5~15년의 가혹한 형벌을 가하고 있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는 것으로 대북매체와 탈북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노동당 선전선동부와 북한 매체의 얕은 수를 꿰뚫어 볼 정보로 엘리트와 주민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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