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정책 집행에 있어 제재만이 능사는 아냐...

경쟁정책 집행에 있어 제재와 함께 조정, 예방의 삼각관계가 조화를 이뤄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쟁정책 집행에 있어 제재와 함께 조정, 예방의 삼각관계가 조화를 이뤄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경쟁정책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정책의 집행이라고 하면 경쟁법 위반 사건들을 조사하고 제재하여 시장을 정상적 기능으로 회복하는 것이 첫 번째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경쟁정책의 집행을 반드시 이러한 제재수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 이전에 시정권고나 동의의결 제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시정할 기회를 주는 경우도 있고, 사인의 금지청구나 손해배상을 통하여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도 있다.

그리고 당사자간 조정을 통하여 피해구제를 하는 경우도 있고, CP(Compliance Program), ESG(Environmen, Social, Governance), 공정거래협약제도 도입 등을 권장하여 자발적으로 법위반을 예방하고,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도 광의의 경쟁정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경쟁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서 제재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법 위반에 대해 엄정한 제재가 필요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 외에도 조정, 예방과의 삼각관계가 조화를 이루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경쟁정책의 집행에 있어서 이와 같은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 소견으로는 경쟁법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경쟁법에서는 행위사실 이외에 경쟁제한성, 부당성, 불공정성 같은 불확정개념이 위법성 판단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물론 모든 법이 다양한 상황을 포괄하기 위해 어느정도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경쟁법같이 불확정개념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제재를 하는 경우에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제재에만 의존했을 경우 과대집행 내지는 과소집행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경쟁법의 특수성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 사법기관과는 다른 경쟁정책을 집행하는 별도의 기관을 두고 있는 점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경쟁정책을 집행하는 독립적인 기관을 설치하는 이유에 대하여 John McMila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일상적인 기업활동에 대해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 하여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을 고용한 특별기관이 법원보다 더 나을지 모른다. 법원은 해당산업에 대한 심오한 지식이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시장의 탄생(2007)]

이는 법원의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인 판단권을 별도의 경쟁당국에 준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경쟁당국들이 그러한 취지에 충실하게 부합하게 운영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경쟁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은 경쟁당국라고 칭하는데, 대부분의 행정형 집행 시스템에서 경쟁당국은 위원회, 합의제 기구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위 뿐만 아니라 EU집행위원회(EU commission),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公正取人委員會)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의 경우 1890년 셔먼법 제정으로 법무부가 경쟁당국의 역할을 담당했으나. 1914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창설되어, 양 기관이 같이 경쟁당국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독일의 경우 연방카르텔청(Bundeskartellamt)은 독임제 관청이지만, 분야별로 3인으로 구성된 심결부에서 결정을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독점위원회(Monopol Kommission)가 구성되어 2년마다 경쟁정책보고서를 작성하여 연방정부에 제출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CP제도를 법제화하고, 조정의 기능을 확대하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바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경쟁정책이 종합적인 시각에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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