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스트레스, 포만감 조절하는 뇌 영역 무력화해 탐식에 빠져
탄수화물과 고지방의 ‘컴포트 푸드’ 찾아, 체중 증가 유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칼로리 간식에 탐닉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사진=어스닷컴]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칼로리 간식에 탐닉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사진=어스닷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스트레스가 쌓이면 밥맛도 없고, 그래서 몸무게가 줄어든다고?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심한 순간,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은 고칼로리 간식에 탐닉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히 해롭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제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찾는 편안한 음식인 ‘컴포트 푸드(comfort food)’가 우리 뇌에 일련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옛날 고칼로리 음식 찾게 돼

이러한 변화들로 인해 우리가 더 많이 먹는 충동을 느끼고, 설탕이 많은 음식에 대한 갈망을 강하게 하며, 결국 과도한 체중 증가를 초래한다.

‘편안한 음식’은 보통 '솔 푸드(soul food)'라고 한다. 미국 남부 흑인들의 전통 음식과 요리법을 의미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는 음식으로 옛날 고칼로리 음식을 뜻한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탄수화물이 많은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되고, 이러한 식탐으로 인해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의 유명한 가반 의학연구소(Gav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의 과학자들이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뇌의 자연적인 반응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알기 위한 혁신적인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장기화 될 경우 특히, 측방 하베눌라(lateral habenula)라고 알려진 뇌 영역 내의 변화를 정확히 발견했다.

하베눌라는 원래 뇌의 보상반응 스위치를 끄는 데 관여하는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활성화되면, 이영역은 지방이 많은 고열량 음식을 먹을 경우 더 이상 과식하지 않도록 보상 신호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영역이 활성화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 보상신호를 활성화하고 쾌락(comfort)을 위해 음식을 먹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만성적 스트레스가 포만감을 규제하는 뇌 영역 무력화해

이 연구를 이끈 허버트 허조그(Herbert Herzog)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가 먹는 것을 규제하는 자연적인 뇌 반응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뇌가 계속해서 먹어야 하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호주 가반 의학연구소의 허버트 허조그 교수.  

허조그 교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고칼로리 식단과 결합되어 달콤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에 대한 선호만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음식 섭취를 유도하여 체중 증가와 비만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 최근호에 발표된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이 연구의 핵심적인 의미는 스트레스 기간 동안에는 불건전한 음식에 빠지지 않도록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고 당과 지방이 높은 칼로리 밀도가 높은 옵션을 선택하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식욕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보편적인 반응이 아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들은 이러한 특이한 식습관을 해부하기 위해, 쥐 모델을 사용하여 다양한 식이 요법 하에서 만성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했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케니 치 킨 입(Kenny Chi Kin Ip) 박사는 "우리는 뇌의 보상 반응을 끄는 것과 관련이 있는 측방 하베눌라로 알려진 영역이 과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단기간 고지방 식단에서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쥐들이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뇌의 이 영역은 활성화되지 않고 침묵을 지켰으며, 식탐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만감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콤한 음식 등 고칼로리 음식은 기분 전환에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만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 큰 변화가 생겨 지나친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주장이다.

고지방 식단 스트레스 쥐, 체중 2배나 더 늘어

실험 결과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들은 고지방 식단을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같은 식단을 하는 쥐들에 비해 체중이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체중 증가의 중심에는 뇌가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특정 신경분자(NPY)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NPY 활성을 막자, 쥐들의 고칼로리 음식 섭취 욕구는 줄어들었고, 체중 도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

또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고지방식을 먹은 쥐는 꼭 같은 고지방식을 먹은 쥐에 비해 수크랄로스(sucralose)를 탄 단 물을 3배 더 많이 마셨다.

수크랄로스는 단맛이 설탕의 600배이지만 열량이 없는 감미료다. 만성 스트레스가 특히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일으킨다는 뜻이다.

허조그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가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뇌의 고유한 능력을 압도할 수 있는 식습관의 주요 조절인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본질적으로, 이 연구는 장기간의 스트레스 상태가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과 대사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음식 섭취와 관련해서 장기적인 스트레스가 일반적인 뇌의 활동을 무력화시켜 통제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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