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담배 업체들이 대중들 속이기 위해 구사해온 전략을 답습”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 화학 업체들 내부 문서 분석 결과 발표

'영원한 화학물질'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된다. 특히 눌어붙지 않아 프라이팬에 많이 사용된다. [사진=Harvard Health]Harvard Health
'영원한 화학물질'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된다. 특히 눌어붙지 않아 프라이팬에 많이 사용된다. [사진=Harvard Health]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과학전문 사이트 어스닷컴(Earth.com)은 최근 기사에서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부르는 과불화화합물(PFAS) 업체들이 이 물질의 건강에 해로운 영향에 대해 과거 담배 업체들이 구사해온 전략을 답습해왔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과학자들이 이전에 기밀이었던 정보들을 기반으로 작성한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과학저널 ‘세계 보건 연보(Annals of Global Health)’에 게재된 충격적인 논문은 듀폰을 비롯해 PFAS 제조업체인 3M과 같은 회사가 PFAS 독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지연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한 방법을 조명했다.

PFAS 독성 속이기 위해 과거 담배업체들 속임수 전략 이용해

이 업체들의 이러한 의도적인 지연 전략은 생분해되지 않아 오랫동안 남는 ‘영원한 화학물질’의 사용을 통제하려는 관련 당국의 규정 공식화를 더욱 늦추었다.

악명 높은 PFAS는 다양한 가정용품, 의류 및 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우리 환경에서 만연하고 있는 이 성분은 사람의 몸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보편적인 존재다.

인체에 해롭고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러한 독성 물질을 듀폰과 3M 등 미국 업체들이 그 위험성을 알고도 오랫동안 은폐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연구를 이끈 UCSF의 트레이시 J. 우드러프(Tracey J. Woodruff) 교수는 "우리의 논문은 화학업체들이 PFAS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중, 규제 당국, 심지어 그들의 직원들에게도 그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환경보호청(EPA)의 전직 선임 과학자이자 정책 고문을 지낸 우드러프 교수는 PFAS 산업 문서를 분석한 결과 과거 담배 업체들이 기만한 것과 꼭 같은 전략으로 대중들을 기만했다고 폭로했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에서 화학, 자동차·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된다.

특히 눌어붙지 않는 성질 때문에 프라이팬에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쉽게 분해되지 않아 잔류성과 축적성이 강하고 인체 내와 환경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유해성 증거도 늘고 있다.

이 연구를 이끈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트레이시 J. 우드러프 교수. 

숨겨진 업체 문서들은 PFAS 오염에 대해 듀폰을 최초로 고소해 유명해진 로버트 빌롯(Robert Bilott) 변호사가 제기한 소송 중에 드러났다.

“위험성 알면서도 최소 21년간 공개하지 않아”

빌롯 변호사는 1961년부터 2006년에 걸친 관련 문서를 다큐멘터리 '우리가 아는 악마'(The Devil We Know)’ 제작진에게 넘겼고 이들은 이 문서를 UCSF 화학산업 문서 도서관에 기증했다.

논문의 수석 연구원인 나디아 가버(Nadia Gaber) 박사는 "이 문서들에 접근하면 제조업자들이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염 업체들이 어떻게 중요한 공중 보건 정보를 비공개로 속여왔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가버 박사는 이어 "이 연구가 정책을 알리고 화학물질 규제 원칙을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산업계는 PFAS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최소 21년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는 관련 업체들이 PFAS가 처음 사용된 후 50년 동안이나 PFAS 독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확보한 이들 문서에 따르면 듀폰은 내부 동물 연구 등을 통해 PFAS 독성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를 과학 문헌에 발표하지 않았고, 또한 독성물질 규제법(TSCA) 규정대로 환경보호청(EPA)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연구팀은 "이들 문서는 모두 '기밀'로 표시돼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업체 경영진이 '이 메모를 파기하기를 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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