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뉴스퀘스트=최양수 기자】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공모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의 그룹 경영복귀를 위해 조력했던 인물이다.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민 전 행장이 지난 2016년 6월 롯데그룹 검찰 수사를 앞두고 롯데그룹 회계장부를 검찰에 제공하고 내사 단계에서 직접 검찰에 출석하며 수사에 협조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은 나무코프(당시 회장 민유성)가 당시 검찰에 제공했던 자료, 협조 내용 등을 변호사법 위한 혐의 증거로 제시했다. 

2016년 6월 당시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은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등사 가처분신청을 통해 내부 자료를 확보한 상태였다.

업계에 따르면 민 전 행장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 나무코프 직원은 검찰에 다녀온 후 보고서 만들어 검찰 내부 상황과 내사 진척 흐름을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검찰은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롯데그룹을 상대 민형사 및 행정소송 등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을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민 전 행장은 사안에 따라 고용했던 로펌의 업무를 직접 분류해 주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날 법정에선 롯데그룹의 약점을 파해치기 위해 민 전 행장이 2명의 롯데 전 직원들에게 접촉, 내부 정보를 캐오도록 사주했던 계약서까지 증거로 공개됐다. 

검찰은 이 같은 민 전 행장의 행위가 법률사무를 위한 '조사'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사실상 신 전 부회장 측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뢰한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며 "아무리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고 하지만 아버지 신격호 창업주가 일군 회사를 상대로 검찰수사를 받도록 유도한 행위는 철 없는 아이가 투정을 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 전 행장 측은 해당 재판에서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했다.

민 전 행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 전문가로, 롯데그룹 형제간 분쟁에서 계열 분리가 문제되자 자문을 맡았다"며 "그 외의 고소와 고발, 가처분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계열분리뿐 아니라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해도 변호사뿐 아니라 세무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가 한 팀을 구성하는데 검찰 주장대로면 프로젝트를 함께한 변호사 아닌 사람 모두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에게 자문료로 198억원을 이미 받았던 민 전 행장은 108억원의 용역비를 더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민 전 행장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해당 재판 1심 공판과정에서 민 전 행장은 법원에 직접 출석해 롯데그룹을 압박하기 위해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저지, 검찰수사 통한 경영진 구속 등을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1심에서 민 전 행장의 성과가 상당 부분 인정돼,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요구한 금액 중 약 70%를 받는 판결을 받아 냈다.

하지만 2심에선 이들 둘의 계약 내용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보고 용역비 청구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민 전 회장의 입장에선 신 전 부회장에게 돈도 못 받고, 과거 불법적 행위가 드러난 모양새다.

신 전 부회장도 아버지가 세운 롯데를 향해 검찰이 칼날을 겨누도록 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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