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67)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아마존 밀림의 생태계 파괴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세대를 끝으로 더 이상 이 밀림을 우림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영국 로담스테드 연구소가 국내 대학들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복원할 수 없는 생태학적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데스 산중에서 발원하여 대서양으로 흐르는 아마존 강은 하구의 폭이 약 240km나 된다. 말이 강이지 큰 바다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미국 미시시피 강의 10배에 해당하는 시간당 6억5000입방미터의 물을 바다로 보낸다. 유수량과 면적에서 단연 세계 최고다.

‘세계의 허파’ 아마존 밀림, 현세대에 사라질 수도

이 강을 따라 형성된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촌의 마지막 원시 밀림으로 전 세계 산소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25%를 흡수하는 공기 청정기이다.

브라질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8개국에 걸친 넓이 750km2에 이른다.

아마존은 원래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용감무쌍한 여자 부족을 일컫는 말로 이 단어의 의미는 가슴, 즉 유방이 없다는 말이다.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토스(BC484~BC425)는 지금의 흑해 연안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마존 여전사인 아마조네스(Amazones)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그들은 남편과 말 잔등이에 타고 자주 사냥에 나섰으며, 들판을 누비고 남편과 꼭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전쟁에서 한 명의 남자라도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우는 소녀가 없었다. 그들은 오른쪽 가슴이 없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빨갛게 달군 구리를 오른쪽 가슴에 갖다 대고는 유방을 지져 태워버린다. 그러면 유방의 성장은 멈추게 된다. 유방에 갈 힘과 영양분이 오른쪽 어깨와 팔에 모이게 된다”

창을 던지고 활을 쏠 때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오른쪽 유방을 어릴 때부터 없애 버려야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담이 서늘한 내용이다.

아마존의 어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추적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사(warrior)를 뜻하는 이란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대단히 설득력이 있다. 또 ‘man-less(남자가 없는)’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해석은 a-mazos에서 유래, ‘가슴이 없는(without breast)’이라는 해석이다.

‘유방이 없다’는 뜻의 아마존은 신화 속의 용감한 여전사

헤로도토스의 주장처럼 활을 쏘고, 창을 던지기 위해 한쪽 가슴을 불로 태워 완전히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아마존 여전사를 묘사한 예술작품 가운데 가슴이 없는 경우는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른 쪽 가슴이 종종 옷에 가려지거나 무기를 든 팔에 가려 볼 수 없는 경우는 있지만 없는 경우는 발견된 적이 없다. 언제나 두 가슴이었다.

오늘날 ‘원더 우먼(Wonder Woman)’ 캐릭터의 기원이 바로 여전사 아마존이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Amazons)이라는 나라가 확실히 존재했다고 믿었다. 그는 이 여전사들이 살았던 위치를 흑해북부 옛 지방인 스키타이(Scythia)와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역사가들은 오늘날 터키 영토의 97%를 차지하는 소아시아(Asia Minor) 지역으로 추측한다. 서양과 동양을 잇는 중심이다. 또 오늘날 리비아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면 고대 그리스의 아마존은 어떻게 해서 브라질로 수출이 된 걸까? 황금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 스페인 정복자와 무관하지 않다.

1542년 스페인 정복자들은 잉카 제국을 완전히 멸망시키고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들은 더 많은 황금을 약탈하기 위해 각지로 퍼져 나가 황금을 찾기 시작한다. 목표가 바로 아마존 강 기슭에 있다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였다.

오레야나(Franciso de Orellana)는 정복 탐험대 사령관인 피자로(Francisco Pizarro) 지휘 하에 있던 장교로 그의 조카였다.

피자로는 자기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 오레야나에게 “강을 따라 더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황금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 지역을 정복하라고 명했다.

'아귀레, 신의 분노' 영화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황금을 얻기 위해 아마존 강 기슭에 있다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로 탐험하는 약탈자의 모습을 그렸다. 여기에서 그들은 신화 속의 여전사 아마존들을 만나게 된다. [사진=위키피디아]
'아귀레, 신의 분노' 영화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황금을 얻기 위해 아마존 강 기슭에 있다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로 탐험하는 약탈자의 모습을 그렸다. 여기에서 그들은 신화 속의 여전사 아마존들을 만나게 된다. [사진=위키피디아]

오레야나는 군대를 이끌고 강을 따라 카누를 저어갔다. 무려 두 달 간이나 탐험했다. 많은 병사들이 병들어 죽거나 굶어 죽었다.

아마존 상류의 한 지류인 마라뇽 강에 이르렀을 때 원주민의 습격을 받았다. 많은 병사가 활에 맞아 희생됐다.

영화 ‘아마조네스’와 ‘아귀레, 신의 분노’의 소재가 돼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온 오레야나는 스페인 군대를 습격한 원주민들이 모두 여자들이었으며 신화 속 아마존처럼 대단히 용감 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원정대의 일원이며 황금 찾기에 따라 나섰던 스페인의 도미니크회 수도사 가스파르 데 카르바할(Gaspar de Carvajal) 신부도 꼭 같은 주장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상영돼 인기를 누린 영화로 베르너 헤어조크가 감독하고 클리우스 킨스키가 주연한 1972년 작품의 ‘아귀레, 신의 분노’가 바로 이 신부의 탐험 기록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당시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의 귀에도 들어갔다.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 이야기에 고무된 국왕은 그 강을 아마존이라고 부르라고 명했다. 영화로도 각색된 ‘아마조네스’가 바로 이 여전사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아마조네스는 아마존의 복수형이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고개를 설래 흔든다. 너무나 지치고 당황했던 오레야나가 겁에 질려 잘못 보았거나, 아니면 패배한 이유를 둘러대기 위해 만든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시 이 지역의 인디오 야구아 족은 전통적으로 남녀 가릴 것 없이 풀잎으로 치장한 가발 같은 것을 머리에 쓰는 습관이 있었다. 때문에 여자로 착각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DNA지문을 추적한 끝에 신화와는 다소 다른 아마존 여자 부족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면서 아마존 밀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에 따르면 1년에 서울시의 13배가 넘는 면적이 파괴되고 있다고 한다.

남자를 단순히 자손 번식을 위한 도우미로만 취급했던 그러한 아마존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고 아마존 강과 밀림을 수호하는 용감무쌍한 아마존 여전사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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