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중국이 신냉전 상대국인 G1 미국을 작심한 채 겨냥한 개정 반간첩법과 신규 대외관계법을 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 두 법은 중국이 자국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에 광범위하게 반격을 가할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중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과 반중을 기치로 내건 미국 등의 서방 국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단정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두 법의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우선 총 6개 장으로 구성된 개정 반간첩죄가 그렇다. 지난 4월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9년 만에 개정된 법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한 ‘간첩 행위’의 범위를 크게 넓힌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법을 어기는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무엇보다 안보뿐만 아니라 ‘국가 이익’에 관한 정보를 빼돌리는 것 역시 간첩 행위로 규정했다는 사실이 눈에 두드러진다. 중국 국민을 활용해 제3국을 겨냥하는 간첩 행위라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정보의 종류에는 문건과 데이터도 추가됐다. 사진과 지도, 데이터의 범위 역시 넓혔다. 만약 외국인이 반간첩법을 위반할 경우 추방이나 10년 이내 중국 입국 금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중국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과 데이터’라는 문구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너무 광범위하다. 중국 정부가 자의적인 해석을 내릴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시쳇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 중국 당국에 찍히면 누구라도 여지없이 간첩이 되는 횡액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간첩 혐의를 받는 용의자의 정보와 물품을 시(市)급 이상 안전 기구의 허가만으로 열람 및 수거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도 문제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이 물증 부족으로 죄를 입증하지 못해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보인다.

공식 명칭이 ‘중화인민공화국 대외관계법’인 대외관계법은 지난 4월 28일 제14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통과된 신규 법률이라는 점에서 개정 반간첩죄와는 다소 다르다. 그러나 자국의 주권 및 안보, 발전 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하는 외국 조치에 맞대응할 수 있는 중국의 법적 근거라는 점에서는 별로 차이가 없다. 대체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그렇지 않나 싶다.

총 6개 장으로 구성된 이 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6조를 비롯해 8조, 33조 등 3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6조는 “무장 역량(군과 무장경찰)과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각 정당, 인민단체, 기업, 사회조직 및 공민은 대외 교류나 협력에서 국가의 주권, 안전, 존엄성, 명예, 이익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루뭉술한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당국이 작심하고 걸려고 하면 다 걸린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조직 또는 개인이 이 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대외 관계에서 국익을 해치는 활동에 종사하는 경우 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강조한 8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 및 안보,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상응하는 반격 및 제한을 조처할 권리가 있다.”는 33조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은 최근까지 미국이 자국 기업, 개인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할 때 '반외국제재법'으로 보복했다. 그러나 이제 대외관계법이 시행되면서 미국이 제재를 하지 않아도 중국이 먼저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됐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보인다. 미중의 신냉전이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