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모기 서식지 계속 확장되고 있어”… 유럽이 가장 많은 영향받아
“10억 인구가가 더 뎅기열 전염에 적합한 기후에 새로 노출될 것”
과거에 전혀 없었던 미국과 유럽에도 열대 모기 전염병 창궐
미국은 말라리아 기습, 페루에서는 뎅기열 급증으로 장관 사임

대부부분의 생명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는 기후 위기에서 쾌재를 부르는 승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적어도 하나는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모기이다. [사진=픽사베이]
대부부분의 생명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는 기후 위기에서 쾌재를 부르는 승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적어도 하나는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모기이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대부부분의 생명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는 기후 위기에서 쾌재를 부르는 승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적어도 하나는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모기이다.

이 곤충들은 성가신 존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모기는 따뜻함과 습기 속에서 번성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더 빈번하고 더 심한 폭염이 발생하고, 폭풍과 홍수로 고인 물 웅덩이가 많아지면 그야말로 모기가 붐을 만끽할 때다.

온난화로 모기 서식지 계속 넓어지면 온대 지역도 침입

최근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북미 일대에서 늘어나는 모기와 그에 따른 질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모기에 의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발생 소식을 발표한 뒤 모기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특정 사례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과학자들은 미국에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말라리아가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모기들이 몇 세대 동안, 혹은 그 어느 때도 가보지 못한 지역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으며, 그들이 전염시키는 치명적인 질병은 계속 확산되면서 새로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상승하는 온도는 모기가 더 빨리 자라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한다. 모기들은 많은 곳에서 혹독한 겨울 동안 살 수가 없었지만 이제 그들은 생존할 가능성이 더 크고 개체 수를 늘릴 시간이 더 많아졌다.

또한 따뜻한 기온은 모기 안에서 기생충이나 바이러스가 성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빠르게 한다. 모기도 그렇지만 바이러스 성장에도 안성맞춤이다.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올리버 브래디(Oliver Brady) 교수는 "온도가 더 높아질수록 성장 과정은 더 짧아진다. 따라서 이 모기들은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더 빨리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곳은 여전히 가난한 지역 아프리카다. 전세계 어린이 생명명을 배앗아가는 말라리아는 이제 그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곳은 여전히 가난한 지역 아프리카다. 전세계 어린이 생명명을 배앗아가는 말라리아는 이제 그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기후변화로 인하 온도가 높고 습한 기후, 모기 번식에 최적의 조건

다른 이점도 있다. 더울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아침과 늦은 오후에도 밖에 있는 경향이 많다. 이것은 모기들에게 그야말로 황금 시간을 제공한다.

더위로 인해 도시들은 냉각 효과가 있는 녹지 공간의 면적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도심지의 녹지공간은 흡혈 곤충인 모기들에게는 이상적인 새로운 번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장소다.

비영리 연구 단체인 ‘기후 센트럴(Climate Central)’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모기들이 좋아하는 덥고 습한 조건을 가진 "모기의 날들(mosquito days)”의 수가 전국적으로 증가했다.

이 단체의 연구원들은 40년 이상에 약 250개의 장소에서 조사된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장소들 가운데 70% 이상이 모기에게 더 유리하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 있는 약 200종의 모기 대부분이 무해하지만, 치쿤구니야, 뎅기열, 지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는 모기는 약 12종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온대 지역 국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경고다.

미국의 경우 심각한 모기 매개 질병은 그나마 희귀한 편이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가장 많이 영향받는 유럽, 모기 서식지도 빠르게 확대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말라리아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변화가 모기들의 서식지 확장에 커다란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아노펠레스 모기들(Anopheles mosquitoes)은 평균적으로 일년에 서식지를 약 21피트 정도 더 높은 고도로 이동했고, 또 일년에 3마일 정도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이끈 조지타운 대학의 기후변화 생물학자인 콜린 칼슨(Colin Carlson) 교수는 “기후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해 말라리아를 경험한 적이 없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뎅기열은 지구 온난화로 계속 그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관절의 통증이 너무 심해 "뼈를 깨는 열병(breakbone fever)”라고도 부르는 뎅기열은 열, 메스꺼움, 구토, 피로, 설사를 유발하고 어떤 경우에는 내출혈과 사망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지타운 대학의 기후변화 생물학자인 콜린 칼슨(Colin Carlson) 교수.

뎅기열은 이렇다할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증상을 극복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심각한 질병이다.

남미 페루의 보건 당국은 현재 약 15만명의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250명 이상이 사망한 기록적인 최악의 모기 매개 뎅기열 발병과 씨름하고 있다.

페루 보건부 장관, 뎅기열 급증으로 사임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던 뎅기열 환자 급증으로 보건장관이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최근 사임하는 일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강우량과 따뜻한 온도가 모기들에게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아직 기후 변화가 발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평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칼슨 교수는 그 연관성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내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돈을 걸 것이다. 연관성은 바로 기후변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뎅기열은 유럽과 미국의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10억 명의 새로운 사람들이 뎅기열 전염에 적절한 기상 조건에 노출될 것”이라며 “그들 대부분은 서유럽과 미국 그리고 온대기후의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칼슨은 지적했다.

미국은 그 영향 범위가 텍사스, 플로리다, 하와이, 애리조나에서 지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주,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유럽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빠른 온난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뎅기열과 치쿤구니야를 전염시킬 수 있는 아에데스 알보픽투스(Aedes albopictus) 모기 종들이 서식지를 북쪽과 서쪽으로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캐리 생태계 연구소(CIES: Cary Institute of Ecosystems Studies)의 질병 생태학자인 섀넌 라도(Shannon LaDeau) 박사는 “이미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사회는 항상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말라리아와 뎅기열과 같은 모기 매개 질병이 미국과 유럽과 같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여전히 충격일 가능성이 높다.

라도 박사는 CNN에 "온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전에 이러한 모기 매개 질병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이 매우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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