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2일 미 애틀란타 방문, 미군참전용사와 가족 초정 공연
대건고 후배 재학생과 동문 등 70여명의 대규모 위문단 구성
'사회공헌 이익환원' 경영 이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의지

지난해 7월16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 오펠리카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군인 위문 행사'에서 서중호 회장이 미군 참전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사진=EBS 방송 캡쳐]
지난해 7월16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 오펠리카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군인 위문 행사'에서 서중호 회장이 미군 참전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사진=EBS 방송 캡쳐]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감사(感謝)할 줄 알고 염치(廉恥)를 안다는 것이다. 감사와 염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상대방에게 큰 빚을 졌을 때 감사하는 마음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사람의 도리(道理)이기도 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단단한 고리다.

올해는 한·미 간에 동맹을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공식 동맹국으로 흔히 한·미 관계를 우방 혹은 혈맹이라고 표현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미국을 방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시 하는 살벌한 외교 각축장에서 양국 정상과 정치인들의 구두선(口頭禪)만으로 한·미 간 동맹이 더 끈끈해지는 것은 아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눈에 띄지않게 밑바닥을 다지는 민간외교 활동이 있기에 지금의 한·미 관계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양국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오며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기업인이 있다. 경북 경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진산업의 서중호 회장(64)이다.

지난 1978년 설립된 아진산업은  현대 자동차그룹의 1차 협력업체로 루프(Roof), 캐리어(Carrier) 등 자동차 차체 보강 패널을 개발, 생산하는 업체다. 자체 연구소를 통해 로봇 기술, 첨단 공정 등을 개발, 37개의 특허권과 3개의 프로그램 보호권을 갖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부품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아진산업은 기존의 일반 차체 부품은 물론 친환경 차체 부품까지 생산 범위를 확대해 수익 증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73주년, 정전 70주년인 올해도 서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 미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70여명의 고교 동문들과 함께 14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병사들을 환영하는 현수막. 
대건고등학교 재학생 위문단이 행사장에서 단체 율동으로 무대를 꾸민뒤 참석한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카드를 펼쳐보이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EBS 방송 캡쳐]
대건고등학교 재학생 위문단이 행사장에서 단체 율동으로 무대를 꾸민뒤 참석한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카드를 펼쳐보이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EBS 방송 캡쳐]

서 회장을 포함한 참전용사 위문 방문단은 14일부터 22일까지 8박9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동부 애틀란타를 방문, '한국전쟁 참전군인 행사'(Korean War Veterans Event)를 갖는다.

방미 4일차인 17일 애틀란타 ‘바르링 이벤트 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미군 참전용사와 가족 등 2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서회장을 비롯한 위문 방문단은 참전용사과 그의 가족들을 초청해 점심 식사와 함께 감사패, 선물 등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달한다.

서 회장이 애틀란타 인근 거주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앨라배마에 그의 미주법인이 있기 때문이다.

서회장은 2014년 앨라배마주에 현대차 현지 납품업체인 아진·우신USA(이하 아진USA)를 설립한 뒤 11년째 앨라배마·조지아·테네시 등 일대 3개 주에 사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초청, 공연과 식사를 대접하고 참전용사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해오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행사에 서 회장의 모교인 대구 대건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동문들이 매년 동행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 역시 아진USA 임직원과 대건고 동문을 비롯 대구경북 지역 순직 소방관·경찰관 자녀 4명, 대건고 재학생·졸업생 등 모두 70명이 참가한다.

참가 재학생은 대건고 교사의 추천에 의해 선발된 인재들로,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물론 교내외 활동에 적극적인 학생들로 구성됐다 

서 회장은 “한국전쟁에서 피를 흘린 이들 참전용사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참전용사들이 한국전쟁에서 겪은 어려움과 희생을 기리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달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미군 참전용사들과 가족들 [사진=EBS 방송 캡쳐]
행사에 참석한 미군 참전용사들과 가족들 [사진=EBS 방송 캡쳐]

서 회장은 또 "한국전쟁에 참전한 생존 미군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안타깝다"며 "마지막 한 분이 계실 때까지 아진산업의 위문행사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첫 위문 행사 때 참석했던 18명의 한국전쟁 참전 미군 중 현재까지 생전에 계신 분은 7명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위문행사가 끝난 뒤 애틀란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리는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또 아진/우신USA 공장을 방문하고, 첨단로봇과 자동화 기계가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제작 공정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어 앨라배마 어번(AUBURN) 주립대학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이 매년 고교 후배들과 함께 위문 행사에 나서는 이유는 한국전쟁에서 희생한 미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새기고, 세계 최강국 미국의 경제와 사회를 체험할 수 있는 '해외 연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서 회장이 강조하는 기업철학은 ‘흥업보세'(興業報世)’다. ‘기업을 일으켜 세상에 보답한다’는 서회장의 기업경영 이념은 다양한 사회공헌과 이익환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다름 아닌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부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동시에 기업의 의무’라고 강조하는 서 회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곧 회사 경쟁력"이라고 주장한다.

아진산업 서중호 회장[사진=연합뉴스]
아진산업 서중호 회장[사진=연합뉴스]

서 회장의 경산 아진산업 대표사무실에는 비서실도 없다. 비서나 운전기사도 없다.그의 사무실은 대문 없는 마당처럼 늘 활짝 열려 있다.

돈을 버는 이유가 “기업을 일으켜 회사 임직원들과 주변 이웃들이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서 회장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과 베풂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세상을 향한 감사과 보답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지난 1987년 자동차 부품회사인 우신산업㈜을 시작으로 35년째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2003년 자동차 차체부품업체 아진산업을 인수한 이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 맞춰 중국 상하이, 옌청, 쑤저우에 중국법인을, 미국 앨라배마에 아진USA와 우신USA 법인을 각각 설립해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 자동차 전장부품 개발 생산업체인 대우전자부품과 오토아이티,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아진카인텍, 대흥공업 등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상장 폐지됐던 아진산업을 2015년 다시 코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국내 6개, 미국 2개, 중국 3개, 베트남 1개 법인 등 모두 12개의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올해 매출액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한편 아진산업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에 총 55억달러(7조2050억원)를 투자, 2025년부터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양산하는 생산공장 가동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마련에 대한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아진/우신USA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현지 협력사로 결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공장 가동 시 향후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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