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6.25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었다'고 주장하는 ‘1950 미중전쟁’이란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저명 인사가 독서를 권하는 책은 가끔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목마른 출판사에 단비를 내려주는 선물이 되기도 하지만 여타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짓이 아닐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기 사저 인근에 서점을 개설하고 수시로 좋은 책이라며 편향된 시각의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면 이 또한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을 추천하며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가 사용한 ‘한국전쟁’이란 표현은 ‘6.25전쟁’을 제 3자적 입장(외국인 같은)에서 볼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전쟁 당사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6.25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미 ‘6.25전쟁’란 표현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택한 표현으로 정부 홈페이지나 언론, 교육기관에서까지 사용하고 있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한국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3.1절’을 ‘만세운동의 날’이라고 하고 ‘8.15 광복’을 ‘한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름없다.

나아가 김일성이 일으킨 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구태여 ‘국제전’이라고 하며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다.

대리전이라고 한다면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자신들의 전쟁을 위해 선택한 전장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양쪽 모두 상당한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어야만 한다.

전쟁 발발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중공군의 경우는 대일전쟁과 국민당 군대와의 전쟁을 거친 400만명의 숙달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1945년 태평양전쟁이 종전되자 2년여에 걸쳐 동원령 해제 및 징집제도의 변경을 거쳐 종전 800만 명에 이르는 병력 수가 68만 명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또한 현역 사단 수도 89개에서 12개 사단으로 축소시켰던 상태이니 누가 보아도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군대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시지벽(自是之癖, 자기의 의견만이 옳다고 여기는 버릇)의 소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부 역사학자인 정창(Jung Chang)과 할리데이(Jon Halliday)가 쓴 ‘Mao: the Unknown Story, 마오쩌둥,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는 김일성이 6.25전쟁을 준비하며 스탈린과 마오쩌둥으로부터 지원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1949년 3월, 마오쩌둥이 장개석 군대와의 전투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을 때 김일성은 모스크바를 찾아가서 스탈린에게 남한을 점령하겠다는 말을 꺼내었다.

그러나 스탈린은 그럴 경우 미국과 맞붙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몇 달 후인 1949년 10월 중국 전역이 마오쩌둥에 의해 장악되자 김일성은 적극적으로 스탈린에게 남한 공격 승인을 요구했다.

1950년 1월 19일, 당시 평양주재 소련 대사 슈티코프가 스탈린에게 보낸 보고서를 보면 김일성이 말하기를 "스탈린이 이번에도 만나주지 않으면 마오쩌둥을 만나겠다"면서 소련이 아닌 중국 쪽에 줄 서겠다는 의도를 내비췄다고 한다.

공산진영 대표의 위치를 고수해야 할 스탈린 입장에서 북한이 이미 경쟁국가가 된 중국에 붙는 것을 그냥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11일 후 스탈린은 슈티코프에게 전화해 소련이 지원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주라고 했다.

스탈린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순전히 공산권 내에서의 마오쩌둥의 부상을 경계하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쟁을 일으키려는 김일성 입장에서는 최신 군사장비와 무기, 물자와 함께 든든한 후방지원이 필요하였고 이를 소련과 중국, 양국 사이의 줄타기를 통하여 달성한 것이었다.

이렇게 준비된 군사력을 가지고 김일성은 일거에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기 위한 무력침공을 감행했던 것이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그것이 바로 6.25전쟁이었던 것이고 ‘주범 김일성, 공범 마오쩌둥, 스탈린, 피해자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인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거나 제 3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방법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짓을 서슴치 않고 있다.

특히 절대 왜곡되어서는 안 될 6.25전쟁마저도 전쟁 주범을 은폐하고, 본질을 바꾸려고 ‘국제전’이니 ‘대리전’이니 하는 말을 붙이는 것이 한없이 괘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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