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진강 격류(120호 연대미상)
림진강 격류(120호 연대미상)

▲ 문화춘作 '림진강 격류'(120호 연대미상)

【뉴스퀘스트=정형렬 갤러리피코 대표 】 문화춘의 대표작이자 유명작인 <삼방협곡>과 <림진강 격류>는 그의 중년기 작품들 보다 칼라가 더 선명하고 물살의 세기와 형상이 힘차고 거칠다.

<림진강 격류>는 조선역대미술가편람에 문화춘의 대표 그림으로 도판이 실려 있는 최고 걸작이다.

이 주요 작품들은 주변 자연환경과의 어울림도 본드칠한 것처럼 상호 어울림이 최고조일 정도로 찰떡 궁합이다.

그의 강과 계곡의 물살들은 전부 성난 용의 머리 형상들을 기괴하게 꾸미고 있다.

갈기를 펄럭이며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들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용들의 군단이 물결 위를 가득 포진해 있다.

이 임(림)진강 물살은 하나 하나의 물결들이 연록빛과 청록빛 광휘로 범벅이 되면서 용의 비늘처럼 면면히 칼날같이 번득거린다.

임진강은 남북한의 경계 지역을 관통하는 강이다.

때로는 유연하게 흐르기도 하지만, 홍수가 질 때는 유난히 격랑이 소용돌이 치며 남북한을 동시에 위협하는 지대이다.

급류가 휘몰아 휩쓸며 흐르는 지역은 장벽과 부딪침이 많고 경사가 가파르다는 증거이다. 이 지역을 어른거리며 기약 없는 소원을 비는 남북한 이산가족들간의 애절하고도 조급한 마음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삼방협곡(120호 연대미상)
삼방협곡(120호 연대미상)

▲ 문화춘作 '삼방협곡'(120호 연대미상)

‘삼방협곡'은 북한의 천연기념물 236호로서 함경남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이루는 추가령의 북쪽 사면에 위치한다.

삼방협곡은 강원도 세포군 검불랑에서 시작하여 광주산 줄기와 마식령산 줄기 사이에 있는 좁고 긴 골짜기이다.

삼방협곡의 길이는 25km 정도이고 너비는 100~250m 이며 깊이는 약 350~500m이다.

협곡의 바닥은 매우 좁다.

양쪽에는 약 300~500m 정도의 급한 비탈면과 벼랑이 이마를 서로 맞대고 서 있다.

<삼방협곡>은 문화춘의 대표작으로서 화폭에서 약동치는 물줄기는 협곡 사이를 끊임없이 진동시키고 물소리를 협연하고 메아리치며 가뿐 숨을 몰아쉰다.

또한 격랑 속에 부서지고 튀어오르며 바위와 맞부딪쳐 역류하는 듯한 긴장감과 역동성의 파열음을 쉴새 없이 쏟아낸다.

허공 속으로 파편처럼 흩어지는 물살의 갈기들은 마치 고서화에서 물 속에 잠복해 있던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해 오를 때 주변 물살이 갈라지며 말갈기처럼 흩날리는 듯한 장면이 연상된다.

부드럽게 휘돌아 감기면서 거칠게 요동치는 물살은 그루브감(리듬감)이 넘치는 자신만의 환상적인 개성으로 충만하여 실제 현장 보다 더 리얼한 실상으로 감상자를 인도한다.

태고의 신비로움에 갇혀 협곡 한복판을 묵묵히 가로질렀던 계곡물은 이제야 비로소 인간 세상에서 제 주인을 만나 우리 눈 앞으로 생생히 뛰쳐나올 수 있게 되었다.

방목 해금강에서(60호 1980년대)
방목 해금강에서(60호 1980년대)

▲ 문화춘作 '방목 해금강에서'(60호 1980년대)

<방목 해금강에서>는 문화춘의 대표작으로 조선역대미술가편람에 소개된 <내금강의 아침>(1970년작) 작품과 공간감과 구도 등 여러 면에서 비견된다.

자연 환경과 인공적 분위기가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고, 소떼와 트렉터 무리가 같이 등장하면서 우직성과 근면성을 표상하여 주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계곡물과 바닷가가 산과 들판 및 평야와 대비를 이루면서 굴곡미와 아기자기한 구성미를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위 <방목 해금강에서>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내금강의 아침>은 바닷가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한상익 화가가 금강산을 유람하다가 바로 이 금강산 자락에 목초지와 구릉지가 펼쳐진 광경을 보고 무릉도원을 발견한 것과 같은 희열에 잠기는 대목을 본 기억이 난다.

유리성 같은 금강산 만물상을 병풍으로 삼고 힘차게 쏟아져 흐르는 계곡을 중간 경계로 하여 목초지와 구릉지가 평야와 해금강과 함께 좌우에서 율동적인 대각선 대칭을 이루고 탄탄한 균형미를 잡아주고 있다.

방목지의 젓소, 황소, 흑소 떼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화면의 주인공들로 등극하고 있지만, 저멀리 두 대의 트렉터가 어렴풋한 여운미를 풍기며 운치 있게 서서히 등장하는 장면도 참신한 영상미를 선사한다.

백두의 정기(181-95 2003년)
백두의 정기(181-95 2003년)

▲ 문화춘作 '백두의 정기'(181-95 2003년)

이 그림은 문화춘 선생이 금강산 설경을 그린 <백설강산도>의 백두산 버전이자 후속편격이다.

문화춘의 고아한 품성과 맑은 영혼이 영롱하게 비치는 백두산 천지가 이 세상 어느 연못 보다 청초하고 투명하다.

그 맑은 담수를 떠받치고 있는 백두산 설경은 솜이불처럼 푸근하게 감겨있고, 세상의 시원(始元)이 열린 태초의 신령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담담히 펼쳐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에메랄드와 옥빛이 혼합된 이 기묘한 군청 빛깔의 백두산천지는 우리 민족의 선량한 심성과 순수한 정기가 서려 있기에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의 표현처럼 그토록 수많은 외침을 당했어도 결코 우리 민족을 완전히 범하도록 하늘이 허용하지 않았다.

▲ 문화춘(1938~작고?)은 누구인가?

문화춘 작가
문화춘 작가

문화춘은 천성적인 그림 재주와 더불어 엄청난 노력파이다.

문화춘은 송화미술원에서 막내로 활동하면서, 대선배들 및 대가 화우(畵友)들과 자주 어울리며 영향을 받았고, 끊임없이 견문을 쌓은 결과 그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스스로 술회하고 있다.

원로 대가들이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린 휴식 상태에서 순수하게 화선지와 마주하고 다른 동료 화가들과 미술에 관한 격의없는 담론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과 시간만이 그들에게 주어질 뿐이다.

그는 다른 화가들과의 다차원적이고 일상적인 끊임없는 말년의 교류 속에서 영감과 자극을 받았을 뿐만아니라 그것을 갈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러한 계기를 자신의 제2의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소질을 갈고 닦는 자세로 임하면서 자신의 화업을 업그레이드 시킨 결과는 그의 말년작들에서 그 진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와 같은 점은 남북한 원로들의 평가에서도 공통점으로 발견된다.

남북한 통일 그림 전시회를 지켜보던 남한의 유명 원로화가는 문화춘과 정영만을 북한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들이라고 꼭 집어 평한 바 있다.

문화춘은 북한에서 바닷물과 강물 및 냇물을 막론하고 물살의 도도한 흐름과 기세, 물결의 청아함과 물보라의 환희로움, 외광에 반사되는 물빛의 눈부신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 작가이다.

바다 위의 파도만을 놓고 본다면 김성근과 비교시 차별화되는 특징이 확연하다.

해일 수준의 거대한 파도라는 스케일 면에서는 문화춘이 압도적이지만, 세밀한 파도 자체의 생동하는 흔들림과 용솟음침, 그리고 다변하는 색상은 김성근이 더 후한 점수를 받는다.

북한에서 특정 분야의 사실주의 최고봉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전세계에서 으뜸 작가라는 평가를 달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특히나 조선화로 표현하는 개성적인 분위기와 색상 및 묘사력은 타국의 작가들이 범접하기 어렵거나 흉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그의 부인은 송화미술원의 궂은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면서 송화미술원 화가들을 정성으로 보살펴주며 음덕을 쌓았다.

이러한 가족의 신망과 문화춘의 빛나는 실력 덕분인지 중국 연변에서 2007년 열린 문화춘 개인과 송화미술원 화가들의 공동 전람회에서 문화춘 화가의 전작품들은 현장에서 완판이 되었다고 한다.

내금강의 아침(90-175 1970년)
내금강의 아침(90-175 1970년)

▲ 문화춘作 '내금강의 아침'(90-175, 1970년)

조선역대미술가편람에 소개된 <내금강의 아침> 설명 내용을 편집하여 전한다.

“조선화 <내금강의 아침>은 주제적 성격을 띤 풍경화로서 미술가가 형상을 통하여 보여주려는 주정이 강한 작품이다.

화가는 금강산의 아름다운 자연경치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가 아니라 인민의 행복한 생활이 꽃펴나는 참다운 인민의 금강산, 락원의 금강산으로 형상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그는 내금강골안과 강우로 지나간 넓은 다리우로 농장원들이 일터로 나가는 흥겨운 모습을 세부적으로 그려 풍경화의 주제적 의의를 더욱 강조하였다.

이러한 형상은 밝고 선명하며 진한 색채로 더욱 강조되었다. 풍부한 자연의 색채미를 그대로 련상시키는 다채로운 색채 형상으로 하여 작품은 아침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과 싱그러운 냄새를 풍기는듯한 소나무숲, 다리우로 지나는 뜨락또르, 소떼, 농장원들과 소년단원의 모습을 뚜렷하게 밝혀낼 수 있었다. 바위들을 똥기치며 에돌아흐르는 계곡의 빠른 물도 현실적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색형상으로 구체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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