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69)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기후변화가 계속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그 충격의 정도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 상승은 단순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서 그치지 않는다. 질병에 대한 인간의 노출위험을 증가시킨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영양실조, 물과 토양의 오염, 생물학적 병원체의 확산으로 인한 질병의 파괴적인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우리가 코로나19에서 너무 잘 배웠듯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 종에서 더 효과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쉽게 변이할 수 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코로나19의 교훈, “기후변화가 치명적인 질병 일으켜”

그리고 이 새로운 숙주들(인간)은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심각한, 그리고 심지어 치명적인 감염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50대 50이어야 할 성비(性比)도 변화시키고 있다. 자연의 기본적인 성비가 바뀐다는 것은 하나의 판이 바뀌는 질서의 파괴다. 생태계의 커다란 혁명이고 진화다.

수년 전 미국 메릴랜드 대학 의과대학(UMSOM)의 연구원들은 공기오염으로 남자의 정자 수 줄어든다는 정확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그들은 정자 수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그동안의 연구를 일축했다. 고환염과 정자의 감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공기 오염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약 92%가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 미세한 입자들은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배기가스, 산불, 그리고 장작을 떼는 화덕에서 나온다.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대기오염과 비만, 당뇨병, 그리고 불임과 같은 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지적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이러한 질환으로 이어지는지, 그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원들은 쥐 실험을 통해 정자수가 감소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쥐들이 정자를 만드는 고환에 염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정자 감소와 고환염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탓이었을까?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 또 다른 연구가 있다. 오염된 지역에서는 여자 애기가 많이 태어난다는 연구다. 지난 2006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평범한 논문이다.

브라질 상 파울로에서 비교적 오염이 심한 지역을 대상으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출산율을 조사한 결과 여아가 많았다는 내용이다. 가장 오염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과 비교했을 때 2%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게 그렇게 큰 상관인가? 그렇다.

World Wildlife Fund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온도 상승으로 암컷 거북이 더 많이 부화된다. 종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적 몸부림인지, 멸종의 길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사진= World Wildlife Fund]

기온 상승으로 거북이 알, 암컷 부화가 훨씬 많아

기온이 더 따뜻하게 되면 거북이 알은 암컷 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 듀크 대학의 최근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 암컷들은 성별이 정해지기도 전에 더 많은 알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암컷 부화는 더 많아진다.

이 발견은 거북이 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왜 성 결정이 온도에 의존적인지, 그리고 진화적으로 위험한 전략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이 지속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는 현재, 앞으로 우리에게 나타날 걱정스러운 미래를 제공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과학 저널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원들은 한 배아가 옮기는 "생식세포(germ cells, 즉 정자 또는 난자)"의 수는 더 높은 온도에서는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더 따뜻한 온도에서 이 종자세포는 배아 세포가 암컷을 낳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듀크 대학 의과대학의 블랑쉬 카펠(Blanche Capel) 교수는 "온도에 의한 성 결정은 하나의 메커니즘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온도는 배아의 여러 세포 유형을 통해 점진적인 방식으로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생식세포의 수 증가 자체가 여성화를 촉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암컷을 생산하는 온도는, 생식세포 수를 증가시키는 온도와 일치한다며 “이러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생긴 많은 수의 생식세포는 물고기의 암컷 발달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생식세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암컷 거북이를 생산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50대 50 비율을 산출하는 중간 온도에서 자란 붉은귀거북(red-eared slider) 배아에서 일부 생식세포를 제거했다. 그러자 예상보다 더 많은 수컷이 생겼다.

자연선택은 암수의 비율을 50대 50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로 이 질서가 깨지고 있다.  암컷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면 암컷을 많이 만드는 것의 진화적인 이점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암컷을 많이 만들면 종의 개체들에게 주는 이점이 무엇일까?

진화론의 자연선택에 따르면 원래 남자의 수가 여자보다 약간 많다. 많아야 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사망할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남자가 다소 비싼 것도 이러한 이유다.

종을 보호하기 위한 진화의 몸부림? 멸종으로 가는 길?

옛날을 가상해 보자. 남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집을 떠나 맹수들의 습격을 받고, 또 싸워야 한다. 그리고 가정과 자신이 속한 부족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적들과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도 남자는 항상 크고 작은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노출도 남자가 많다. 심지어 이제는 테러리스트의 공격 목표라는 위협을 안고 살아야 한다. 50대 50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자 아이의 수가 많아야 한다.

자료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남자 아이의 출생률이 무려 3%가 더 많게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많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생물체의 한 종(種)이 계속 도태되지 않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자손을 많이 번식해야 한다. 생물학적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 건강한 수컷 한 명은 암컷 여러 명을 가임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수컷의 정자 생산 능력이 떨어질 경우 자연선택은 암컷을 많이 만들어 낸다.

환경 오염에 의한 것이든,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에 의한 것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암컷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빈약한(?) 수컷으로부터 종(種)을 보호하기 위한 암컷의 진화의 몸부림인지, 아니면 종의 멸망이라는 멸종으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생태계의 조화가 깨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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