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동놀이의 키워드는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옛날에는 마을마다 마을주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 형태의 마을 대동놀이가 있었다. 대부분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축제로서 산신제로 시작하여 당산나무 앞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당산제를 치르고, 풍물패를 앞세워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을 우물에 가서 제(祭)를 올리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축원 덕담하고, 널찍한 마을 공터 정자 앞에서 풍물패의 멋들어진 판굿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마디로 노소동락의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의 잔치였다. 

이때 어린아이들은 제를 행한 후에 제사상에 올랐던 음식물을 얻어먹는 재미도 좋았지만, 풍물패를 따라 덩실덩실 춤추며 다니는 재미 또한 좋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고 구경꾼에 머물렀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놀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거북놀이’였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던 ‘거북놀이’가 대동놀이로 발전 

‘거북놀이’는 어린아이들이 추석 한가위에 수수 잎으로 거북 형상의 전신 탈을 만들어 뒤집어쓰고 이집 저집으로 이동하며 음식물을 얻어먹는 놀이 축제였다. ‘거북놀이’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어린이들이 잔병에 걸리지 말고 거북이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거북 탈을 쓰고 여러 집의 음식을 거두어 아이들이 같이 먹는 행위는 마치 정월 보름날의 백가반(百家飯)과 같았다. 백가반은 자기 나이의 수대로 다른 성씨의 밥을 먹어야 좋다고 하는 우리의 전래 풍속이다. 그렇게 하면 재액이나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마찬가지로 ‘거북놀이’를 통해서 여러 집의 음식을 아이들이 먹는 풍속은 아이들의 질병 치레를 막기 위한 주술적 행위로 볼 수 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던 ‘거북놀이’는 점차 청년층까지 참여가 확대되고 풍물패가 따라붙으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적 성격으로 발전되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거북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축제 

‘거북놀이’의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개의 학설이 있다. 첫째는 신라 문무왕 때 15세의 공주가 병이 들었는데, 영추대사가 15세 소년들에게 수수 잎으로 거북의 탈을 만들어 쓰게 하고 유희(遊戲)하며 집 안팎을 깨끗이 쓸게 하였더니, 공주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는 설이다. 이 전설에서 주목할 점은 거북의 기능인 수명장수와 밀접한 관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학설은 고려 현종 때 고려 8대 현종 때에 왕은 가뭄이 심해서 도둑이 들끓자, 고을을 돌아보다가 천안부 직산현에 와서 머물렀는데, 이때 꿈속에서 신라 문무왕이 나타나 한가윗날 거북이를 보내겠으니, 거북이를 닮은 마을에서 옥수수 잎사귀로 옷을 해 입고 거북과 함께 놀라는 계시를 보냈다. 현종은 이튿날 입장면 신덕리 마을이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고, 추석날 조정 대신들을 보내 옥수수 잎사귀를 엮어 옷을 입히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거북놀이’를 했다. 이듬해에 벼알이 옥수수 알처럼 풍성하게 여물어 대풍을 이루었고 이것이 다른 마을로 퍼져 ‘거북놀이’가 행하여 졌다고 한다. 이 전설에서 주목할 점은 이 놀이가 풍년을 기원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 전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거북놀이’는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등 중부지방에서 성행

‘거북놀이’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는 것은 무라야마지준(村山智順)의 보고서 『조선의 향토오락(朝鮮の鄕土娛樂)』이다. 이 보고서는 조선총독부에서 1936년 발간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전국의 민속놀이를 조사한 것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를 보여준다. 경기도 광주에서는 짚으로 거북을 만들어 각 집마다 방문하는데, 집에 들어가 여러 가지의 놀이를 하다 거북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주인이 까닭을 묻는데, 거북이가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고 하면 떡과 음식을 대접받는다고 한다. 

경기도 여주의 경우 거북을 앞세워 주로 남자로 구성된 농악대가 풍물을 치며 각 가정을 찾고, 용인은 ‘거북놀이’가 무병장수를 축원하며, 마을의 잡귀를 쫓고 경사(慶事)로운 일을 맞이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천지역은 수숫대로 큰 거북 모양을 만들어 여러 어린이가 들어가 거북의 흉내를 내며, 마치 거북이 기어 다니는 모습으로 각 집을 방문하여 덕담하고 떡과 과일 등의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민간차원의 ‘거북놀이’,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해 줘야

 ‘거북놀이’의 분포권은 주로 경기도와 충청남북도를 아우르는 중부지방에서 성행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많던 ‘거북놀이’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천, 평택, 오산, 여주, 용인, 하남, 천안, 음성 등지에서 어렵사리 전승되고 있다. 매년 추석 때 재현행사가 있으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시화가 이루어져 있거나 진행되는 시대 환경에서 ‘거북놀이’를 전승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 민간차원에서 ‘거북놀이’의 전승 노력이 있다면, 광역지자체나 기초지자체에서 전승 기반이 구축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그게 우리 고유의 어린이 민속놀이을 유지, 계승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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