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의 참전용사 생존해 있는 한 행사 계속할 것"
인공지능 냉장고 20대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전달
한미간 민간 외교사절 역할..."한국인 위상 한층 격상"

17일 미국 앨라배마 오번시티 '오펠리카 바틀링 이벤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미군용사 위문 행사'에서 아진산업 서중호 회장(사진 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아진산업]
17일 미국 앨라배마 오번시티 '오펠리카 바틀링 이벤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미군용사 위문 행사'에서 아진산업 서중호 회장(사진 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아진산업]

【뉴스퀘스트=앨라매바/박민수 기자 】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10시, 아진산업(회장 서중호) 주최로 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주 오번시티 ‘오펠리카 바틀링 이벤트센터’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미군용사 위문 행사장’.

올해로 11년째를 맞는 이날 미군 참전용사 위문 행사장에 노구를 이끌고 감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노병 ‘레니 블레드소’ 할아버지는 “우리의 희생에 대해 이렇게 인정해주고 기억해줘서 고맙다.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인상과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 특히 서중호 회장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버지니아와 하와이에서 해군으로 복무했다는 레니 할아버지는 70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레니 할아버지는 “해군학교에 다닐 때 부산 출신으로 해군사관학교 생도였던 박정은이라는 친구와 8개월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훈련을 받았는데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며 “당시 박 생도를 비롯 총 7명의 한국 해군사관학교 생도가 훈련을 받고 있었는데 그들은 정말 훌륭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같이 군 생활 했던 동료 미군 중에는 한국전쟁에 참여해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했던 레니 블래드소 참전용사.[사진=아진산업]
한국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했던 레니 블래드소 참전용사.[사진=아진산업]

다소 거동이 불편해 보이지만 운동모에 캐쥬얼 복장으로 참석한 레온 브라이언 할아버지도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서 1년 정도 근무했다”며 “전쟁이 끝난 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발전된 한국을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직접 참전, 1년동안 한국에 근무했던 레온 브라이언 참전용사[사진=아진산업] 
한국전쟁 당시 직접 참전, 1년동안 한국에 근무했던 레온 브라이언 참전용사[사진=아진산업] 

‘We Will Never Forget Your Heroic Sacrifices(우리는 결코 당신들의 영웅적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된 이날 위문행사장에는 한국전쟁 당시 직·간접적으로 전장에 참여했던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에 생존해 있는 미군용사 7명과 그들의 부인, 그리고 유명을 달리한 미군용사 미망인과 유가족, 앨라배마 주 정부 관계자 등 총 50여명이 참석했다.

몇몇 노병과 미망인은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탄 채 참석했지만 시종 밝은 모습으로 2시간 여동안 진행된 행사장을 끝까지 지켰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아진산업의 서중호 회장이 11년째 변함없이 미국에서 성대하게 진행하고 있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용사 위문행사’는 서 회장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 회장은 기업을 통해 얻은 이익은 철저히 회사의 구성원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오늘의 한국이 가능하도록 기여하고 희생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3주년에 정전 70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인 해로 서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 미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70여명의 대구 대건고등학교 선후배 동문들과 아진산업 직원 30여명 등 100여명의 대규모 위문단을 구성해 미국 땅을 밟았다.

이번 행사를 위해 서 회장은 10억원을 흔쾌히 내놓았다. 100여명의 방미 여행에 필요한 항공권과 숙박비, 위문행사 경비는 물론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에게 전달한 선물 등 10억여원을 서 회장은 주저없이 일체 부담했다.

한 개인이 아무런 조건과 대가없이 선뜻 내놓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서 회장은 오히려 "나눌 때가 더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앨비스 프레슬리 모창가수 알비스가 흥겨운 음악으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구고 있다.[사진=아진산업]
앨비스 프레슬리 모창가수 알비스가 흥겨운 음악으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구고 있다.[사진=아진산업]

이날 행사는 오찬에 앞서 앨비스 프레슬리 모창가수 알비스 프레슬리가 이끄는 ‘Blue Suede’밴드가 1시간여에 이르는 흥겨운 쇼로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은 물론 참석 귀빈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알비스는 이들 노병과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흘러간 로큰롤 송과 열정적인 트위스트 춤을 추면서 행사장의 분위기를 달궜고 참석자들은 알비스의 열창에 환호하기도 했다. 

이어 서 회장의 모교인 대구 대건고등학교 재학생 20여명이 무대로 올라와 아리랑을 합창하며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흰색 티셔츠로 복장을 통일한 대건고 재학생들은 무대위에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린 속도로 가슴 뭉클하게 아리랑을 불러 참석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건고등학교 재학생들이 무대위에서 아리랑을 합창하고 있다.[사진=아진산업]
대건고등학교 재학생들이 무대위에서 아리랑을 합창하고 있다.[사진=아진산업]

이번 위문행사에서 서 회장은 이들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 눈길을 끌었다.

도어 한쪽을 한·미 양국의 국기로 장식한 삼성전자 냉장고 20대를 참전용사들과 유족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대당 500만원에 달하는 이 냉장고는 삼성전자에 특별 주문 생산한 것으로 참전용사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인공지능을 탑재, 생필품이 떨어졌을 경우 인근 마트에 자동으로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특별주문제작한 인공지능 탑재 냉장고[사진=촐라 킴]
서 회장이 삼성전자에 특별주문해 제작한 인공지능 탑재 냉장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7인의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에게 전달됐다. [사진=촐라 킴]

현대차 1차 협력업체로 지난 2014년 앨라배마 주에 ‘아진/우신USA’를 설립 후 11년째 한국 전쟁 참전용사 위문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 회장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년 이상이 흘렀고 참전용사들도 연로한 탓에 매년 돌아가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생존자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단 한명의 참전용사가 남는 그날까지 이 위문행사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이어 “한국전쟁에서 피를 흘린 이들 참전용사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얻은 이익은 가급적 이 지역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서 회장의 이 같은 노력과 기부활동 덕분에 앨라배마와 조지아 등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와 위상이 한층 격상됐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실례로 “초창기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만해도 주 정부 관계자들의 고압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만나고 헤어질 때 흔쾌히 포옹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할 정도로 한국인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진/우신 USA는 2억7800만달러를 투자, 조지아주 서배너에 연건평 15만평 규모의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재 건설중인 현대기아차 공장과 30분 거리에 위치한 아진/우신USA 서배너 공장은 2024년말 프레스와 조립라인의 부분 완공을 기점으로 2031년까지 연간 44만8000대의 완성차 차체 부품을 생산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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