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은 물론 사소한 감기 증세도 전혀 없어
인간 백혈구항원(HLA)이라는 특정한 유전적 돌연변이 소유자
희귀하지 않아… 많으면 20% 정도 이 유전자 보유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감염되었지만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있다.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지만 증상이 전혀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특정한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어스닷컴]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감염되었지만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있다.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지만 증상이 전혀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특정한 유전적 변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어스닷컴]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그것은 마술이 아니라 분명 과학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감염되었지만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있다.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지만 증상이 전혀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슈퍼 다저스(COVID Super Dodgers)’라는 별명이 붙는다. 그야말로 바이러스를 이겨낸 슈퍼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가 주도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무증상 감염자 ‘슈퍼 다저스’는 인간 백혈구항원(HLA: human leukocyte antigen)으로 알려진 특정한 유전적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인간 백혈구항원(HLA)’ 소유자… 유전적으로 물려받아

이 유전자 변이 소유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무증상일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감기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거나 다른 중증으로 이어지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

사실 2020부터 3년간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 감염돼도 증상이 없는 ‘슈퍼 다저스’는 미스터리였다.

이와 같은 무증상 감염자는 방역에 어려움을 가중시킨 원인이었다. 겉으로 전혀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차단하거나 고립시킬 수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이 연구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관 관련 유전적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이 연구는 왜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만, 결코 증상이 없어 아프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면역 체계의 하나의 신호이자 단백질 마커인 HLA에 관심을 집중했다. 이 백혈구 항원은 유전자에 의해 형태가 결정된다.

HLA를 암호화하는 유전자 중 하나에 있는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T 세포가 번개처럼 빠른 공격을 하도록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논문의 수석 연구원인 공중보건 전문가 질 홀렌바흐 박사.

연구팀은 이 연구는 중요한 발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물론 다른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과 백신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약 개발에 청신호

HLA-B*15:01로 알려진 이 유전자 돌연변이는 비교적 흔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자 중 무증상은 최소 2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돌연변이의 매개체는 바이러스 자체를 피하지 않지만 콧물에서 약간의 목이 아픈 증상까지 피해간다.

분석 결과 이 HLA 유전자 변이(HLA-B*15:01)'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무증상에 이를 가능성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사용자 2만9947명의 데이터를 추적했다. 이들 중에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이면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428명이었고, 확진자 중 무증상은 136명이었다. 이들 136명은 감염되었을 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었다.

연구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무증상 5명 중 1명은 HLA 유전자 변이를 보유했다. 특히 이 변이의 복제본을 체내에 2개 보유한 사람은 무증상일 확률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의 수석 연구원인 공중보건 전문가 질 홀렌바흐(Jill Hollenbach) 박사는 HLA의 이 같은 역할과 이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만약 당신이 적이 누구인지를 빨리 인식할 수 있는 병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큰 이점이다. 그것은 전투에 준비가 되어 있고 무엇을 찾아야 할지 이미 알고 있는 군인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군인들은 ‘나쁜 놈들’이라는 것을 빨리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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