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핸드폰 없이 4대의 유선전화
과거 미 애플사 맥북 사용 모습 포착
폴더블폰⋅차량열쇠 눈길 끌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7월 26일 평양의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7월 26일 평양의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체제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김정은 등 최고지도자와 관련한 사안은 더욱 그렇다.

며칠 전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 모습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는 장소로 김 국무위원장이 이 곳을 택하면서다.

외빈 접견 장소로 자신의 집무실을 택하고 관련 영상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베일에 싸여있던 곳이란 얘기다.

과거 신년사 발표 때 김정은이 이곳에 소파를 놓고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장면이 북한TV로 방영된 적은 있지만 이번의 경우 사진을 통해 선명하게 전체 모습을 알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됐다.

영상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우드 소재의 인테리어로 책장과 협탁, 벽면이 처리돼 있다. 책상과 접견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책장에 꽂힌 책들은 노동당에서 발행한 책자나 김일성⋅김정일의 문헌을 담은 자료집 형태의 것들이다.

눈길을 끄는 건 하늘색 컬러의 의자다. 예상 밖으로 평범한 모양인데 아마도 140kg에 이르는 육중한 체구의 김정은의 편리성이나 취향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시선을 압도하는 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집무 모습을 담은 대형 초상화다. 이를 통해 자신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3대세습 체제의 정통성을 갖춘 지도자라는 걸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가업을 이어가는 3대 총수로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뜻을 충실히 받들겠다는 시그널을 주민들에게 보낸다는 의미도 있다.

노동당기와 북한 인공기를 나란히 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조선노동당의 총비서이면서 국무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정은의 위상을 깃발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PC나 노트북이 집무실 내에 보이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과거 김정은이 미 애플사의 노트북을 사용하는 모습이 드러난 적이 있다”며 “외빈 접견을 겸한 집무실이란 점에서 컴퓨터가 갖춰져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필요시 노트북을 펼쳐 사용하거나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바로 옆이나 인접한 곳에 갖춰져 있을 것이란 얘기다.

흰색 유선전화 4대가 책상 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노동당과 군부, 내각의 핵심라인과 통화하는 데 필요한 전화일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최근 외부 행사 때 폴더블폰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직접 핸드폰을 이용한 통화를 하기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집권 초기에는 김정은이 차량 열쇠를 다른 소지품과 함께 갖고 다니는 장면이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닌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정은이 어딜가나 빼놓을 수 없는 소지품 중 하나는 담배와 성냥이다. 애연가인 김정은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줄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 국산(북한산)인 ‘건설’, ‘7.27’ 등을 즐기며 라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김일성⋅김정은이 사용했던 낱장 형태의 책상용 다이어리도 사용하고 있는데 자신의 취향에 맞추려는 듯 크기를 줄인 점이 드러난다.

김정은이 집무실에서 쇼이구 장관을 맞은 건 러시아에 대해 친근감과 각별함을 표시하려는 뜻을 읽혀진다. 이번 7.27 행사에 중국과 러시아 모두 축하 대표단을 보냈지만 김정은의 마음을 러시아 쪽에 기울어 있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우리의 방산전시회를 방불케 하는 ‘무장장비 전시회’를 준비하고 김정은이 직접 쇼이구 장관 일행에게 무인공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전하는 러시아 측에 북한산 무기를 공급하거나 다른 전쟁물자를 공급함으로써 북러 친선을 과시하고 외화벌이도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전후복구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투입하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의도 때문인지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일방적인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접국인 벨라루스 외에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감싸는 입장이란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과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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