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0)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 이제 산불은 산림의 파괴로 다소 아쉽지만 환경의 새로운 판을 제공하는 낭만적인 수식어가 결코 아니다. 그야말로 환경과 기후 위기를 넘어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는 지구촌의 파괴자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는 현재까지 가장 파괴적인 산불과 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삼림 국가 가운데 하나로 숲이 많기 때문에 더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이제 이러한 산불은 기후변화, 대기 질 및 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류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암울한 미래의 초상화를 제공하고 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악화되는 대기 오염에 기름 붓는 격

과학전문 사이트 어스닷컴이 캐나다 정부산불종합센터(CIFFC: Canadian Interagency Forest Fire Centre)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7월 26일 현재 올해 산불 발생 회수는 무려 4774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면적은 한국(남한) 보다도 더 큰 12만1000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전체 산불 면적의 약 7.5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응용생태학연구소(IAE)의 연구원들은 올해 일어난 캐나다의 산불이 약 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IAE의 유명한 산불 전문가인 리우 지화(Liu Zhihua) 박사는 "산불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와 같은 온실가스는 지구의 기후 온난화에 부정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것은 세계적인 환경 사건이 되었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온난화 가스 수치는 대규모 산불의 탄소 배출을 측정하는 효과적인 접근법인 원격 감지 기술(remote sensing technology)을 사용하여 계산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방법을 사용하면 위성 이미지에서 관찰된 것처럼 탄소 배출 강도는 연소된 산림의 면적과 함께 알 수 있다.

1억1000만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온실 효과를 갖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배출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 중인 캐나다 산불로 인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1억1000만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한다.

이 산불 가운데 약 8분의 1이 영구동토층 지역에 영향을 미쳐 얼어붙은 토양을 녹여, 여기에 갇혀 있는 메탄을 방출하게 된다.

인근 국가에도 영향 미쳐… 캐나다 산불로 뉴욕과 시카고 대기 최악 상황

산불은 기후 영향을 넘어 환경을 파괴하고, 심지어 우리의 건강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촉발하고 있다. 불길에서 나오는 미세물질(PM2.5, PM10), 유기 에어로졸, 그리고 블랙 카본(black carbon)을 포함한 다수의 오염 물질을 대기로 방출된다.

블랙 카본은 식물, 나무 등의 바이오매스와 화석연료와 같은 유기물질이 불완전 연소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 생성물을 말한다.

산불로 인한 연기 기둥은 지난 5월 17일부터 26일, 6월 6일부터 6월 19일, 6월 23일부터 30일, 그리고 7월 15일부터 20일까지 네 기간 동안 국경을 넘어 미국의 대기 질까지 상당히 악화시켰다.

예를 들어, 뉴욕시는 캐나다의 두 번째 연기 기둥으로 인해 1960년 이후 최악의 대기 오염을 경험했다. 또한 시카고의 대기 질은 6월 27일 충격적으로 5.6배나 더 악화되었다.

산불 오염 입자는 또한 서풍을 타고 대륙 전역을 휩쓸고, 다시 유럽, 북아프리카 및 아시아와 같은 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캐나다 산불 불길로 인해 유럽의 PM2.5 수준은 5μg/m3 이상 증가했다. 또 중국 서부의 PM2.5 수준도 1~2μg/m3 증가했다.

캐나다 산불은 숲 생태계에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쉽게 통제되지 않은 불길은 빠르게 식물들을 태우고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 또 야생동물의 식량원을 고갈시킨다.

또한 산불의 여파로 토양 표면이 노출돼 토양 침식, 퇴적물 유출, 그리고 산사태와 같은 2차 재난을 유발한다. 이러한 상황은 산불이 단순히 전통적인 생태학적인 교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재앙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산불로 인한 연기 기둥은 바람을 타고 이동해 인근 국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캐나다 산불로 인해 미국 뉴욕은 1960년 이후 최악의 대기오염을 경험했다. 시카고의 대길 질도 5.6배나 악화되었다. [사진=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산불로 인한 연기 기둥은 바람을 타고 이동해 인근 국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6월 캐나다 산불로 인해 미국 뉴욕은 1960년 이후 최악의 대기오염을 경험했다. 시카고의 대길 질도 5.6배나 악화되었다. [사진=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중국 정부의 산불 대책, ‘예방’에 초점, 상당한 성과 거두어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심각한 산불은 식물과 토양의 탄소 보유량을 고갈시키고, 숲의 자연적인 계승을 방해하며, 생태계를 악화시킨다. 그 결과 울창한 숲은 관목 지대 또는 초원으로 전환되며, 생태계의 탄소 제거 능력은 줄어든다.

최근의 산불 발생으로 악화된 상황은 캐나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구촌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산불로 2019년 단 10개월 만에 9만 평방 킬로미터 이상이 파괴되었다. 2019~2020년 호주 산불은 24만3000 평방 킬로미터 이상을 집어삼켰다.

이러한 재앙적인 사건들이 발생하자, 약 231만 평방 킬로미터(캐나다 산림 면적의 약 3분의 2)의 광대한 산림 면적을 가진 중국은 산불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으로 "예방을 최우선 목표로, 예방과 통제를 결합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어스닷컴에 따르면 이러한 집단적 노력은 산불 발생을 상당히 축소시켜 재해 손실을 완화하고 특히 국가의 화재 예방 및 통제 능력을 향상시켰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약 1500만 톤으로 글로벌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0.2%에 불과했다.

중국의 산림의 덩치로 볼 때는 극히 적은 수치다. 이는 중국 정부의 산불 예방 정책이 상당히 결실을 맺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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