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 시 손해배상책임 물릴 경우 불법행위 억제효과도기대...

지난 2012년 2월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앞에서 열린  비료값 담합 규탄대회에서 전국농민연합회 충남도연맹 회원들이 '비료값 담합하고 방치한 비료업체와 농협 중앙회를 규탄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2년 2월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앞에서 열린  비료값 담합 규탄대회에서 전국농민연합회 충남도연맹 회원들이 '비료값 담합하고 방치한 비료업체와 농협 중앙회를 규탄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 “비료회사들의 가격담합으로 16년 동안 비싸게 비료를 구입했던 농민들이 8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비료회사들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홍기찬)는 30일 남해화학 등 13개 비료회사들이 담합으로 손해를 본 농민 1만7000명에게 총 58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농민들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만의 판결이다.

배상액은 손해로 인정된 원금 39억4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이자) 19억4000만원을 합한 것으로 환산하면 1인당 33만원에 해당한다. 소송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피해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액수의 배상금이 지급된다.”(2020.10.30. 경향신문)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인 2012년 1월 공정위는 13개 비료회사의 담합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필자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카르텔조사국장이었는데, 2014년 대법원도 약 830억원의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공정위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이전인 2012년 9월에 농민 1만 8,000명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고, 8년 뒤인 2020년에 위와 같이 법원 판결이 난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른바 공적집행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집행은 이와 같은 공적집행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즉 이른바 사법적 구제수단도 마련되어 있다. 우선 금지청구제도가 있다. 즉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에 위반한 행위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는 그 위반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자신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공정거래법 제108조 제1항).

즉, 거래상지위남용 등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지금까지 피해자들은 공정위 신고 후 조치를 기다려야 하였으나, 이제는 피해자들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해당 침해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제도는 미국의 클레이튼법이나 독일의 경쟁제한방지법에 규정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제도로서, 그간 여러차례 도입이 논의 되다가, 2020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시 도입이 되었다.

이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입되기는 하였으나, 미국, 독일 등 경우에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행이 일천하지만, 외국의 예로 볼 때 크게 활성화 될지는 의문이다.

사법적 구제수단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손해배상제도이다. 즉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에 당해 피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다만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법 제109조).

과거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고 난 후에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으나, 2004년 공정거래법 개정 시 시정조치 전치주의가 폐지되고, 무과실책임에서 위반사업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손해배상액의 산정이다. 상기의 비료담합사건에서도 업체들이 담합으로 거둔 부당이득에 비해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그런 주장에 정확한 근거가 제시된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 범위 관련한 대법원의 기본적인 태도는 차액설이다. 즉,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예를 들어 담합사건의 경우) 담합이 없었을 경우의 가격을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방식의 경제분석 방법이 동원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손해배상사건으로 ‘군납유류 담합사건’(대법원, 2011)을 들 수 있는데, 원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른바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싱가포르 현물시장가격+부가비용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표준시장비교방법’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은 ‘표준시장비교방법’을 인정하되, 구체적인 서울고등법원의 손해액 산정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최종 판단을 하였다.

이외에도 더미변수접근법, 예측접근법, 비용기반접근법과 같은 경제학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전문적인 경제분석방법이 있다.

직접 손해를 입은 자는 당연히 소송적격이 있지만 다시 그 상품 또는 그 상품을 원재료로 한 상품을 구입한 간접적 구매자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 적격이 있을까? 우리나라 대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관련하여 이른바 ‘손해배상 전가의 항변(passing-on defense)’이 인정되는지도 논란이 있다. 예를 들어 밀가루 제조업체가 가격을 담합한 경우 밀가루로 제품을 만든 제조업자가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경우 밀가루 제조업체는 손해배상 책임이 전가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있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에 참작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할 것이다.”라고 절충을 하고 있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는 실손해배상이 원칙이다. 그러나 부당공동행위, 보복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의 경우 3배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징벌적 배상제도는 공정거래법 뿐만 아니라 하도급법등 갑을관계법에도 확대 규정되었다.

3배 배상제도는 미국의 클레이튼법에서 유래하는데, 동 법에서는 실손해의 3배 및 합리적인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소송비용을 배상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3배 이내’가 아니라 ‘3배’로 특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편 예를 들어 담합의 경우 광범위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공정거래법에 아직 증권집단소송제도 같은 집단소송제도는 인정되고 있지 않다. 위 비료담합 사례에서 1만8,000명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적인 의미에서의 집단소송은 아니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집단소송이라면 1만 8,000명 외에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농민들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소송참가자 외에는 배상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때, 과징금 등 행정적인 제재외에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하여야 한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대한 억제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할 때부터 추후 손해배상이 이루어 질 것을 염두에 두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손해배상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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