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실적 올리기 위해 고객 문서 위조 후 증권 계좌 개설
일부 직원의 잘못된 행위 알고도 내부적으로 무마 시도
금감원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 강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DGB대구은행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증권 계좌 약 1000건을 무단으로 개설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DGB금융그룹 제공=뉴스퀘스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DGB대구은행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증권 계좌 약 1000건을 무단으로 개설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DGB금융그룹 제공=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횡령 사고, 미공개정보 이용 등 은행권 내 불법·부당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DGB대구은행에서 고객 문서 위조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임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약 1000개의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시중은행 전환을 선포한 DGB대구은행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도덕성 문제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권과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고 최근 긴급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이 사건을 이달 초 인지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해왔으나,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검사를 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위법·부당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대구은행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이 즉시 검사에 들어간 이유는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이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약 1000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들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후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의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고객에게 A증권사 위탁 계좌 개설 신청서를 받고, 같은 신청서를 복사해 '계좌 종류'만 다르게 표기한 후 A증권사 해외선물계좌까지 개설하는 방식이 동원됐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A증권사 보고 계좌가 개설됐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2번 받고 특별한 의심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직원들의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심지어 일부 직원의 경우 고객 명의로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만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 개설 안내 문자(SMS)를 차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대구은행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구은행은 관련 직원들이 근무하는 영업점에 지난달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문에는 “고객의 동의 없이 기존 전자문서 결재 건을 복사해 별도의 자필 없이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이므로 실명을 확인한 뒤 전자문서로 직접 고객 자필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 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에만 금융 거래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대로라면 대구은행은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했던 경남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등 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난주 모든 금융권의 PF 대출의 자금 관리를 점검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의 자체 내부 통제 강화를 지도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금융사고 원인과 금융사의 내부 통제 실태를 철저히 점검해 미흡한 사항은 신속하게 지도하고, 금융사의 자체 점검 내역 중 중요한 사항은 금감원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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