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협력체제 구축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8월 19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한·미·일 3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역 내 평화를 유지하며 힘에 의한 강제적 현상 변경을 거부한다는 공동목표를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과거 어떤 정상회담보다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3국이 공동의 위협에 대해 함께 대처하며 나아가자는 것을 확인한 것일 뿐 이제부터 본격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주기적으로 정부가 바뀌는 민주주의 정치 환경 속에서 과연 3국이 합의한 정신, 원칙, 공약을 어떻게 제도화하여 정착시켜 나갈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해 3국 정상회의를 연 1회 이상 개최하고 차관보와 국장급 ‘인도 태평양대화’를 출범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그 즉시 중단되거나 백지화 될 수 있는 조치일 뿐이다. 더군다나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식민지 시대와 얽혀있는 수많은 갈등 요소를 안고 있어 언제든 정치권의 선동에 의해 또다시 데이비드 정신이 훼손될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어떻게 화해하고 현재 유럽연합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이후 두 나라는 총 네 번의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1806년 나폴레옹이 베를린을 점령했고 1870년 보불전쟁에서는 독일이 베르사유 궁전을 점령하고 그곳에서 통일독일제국을 선포하였다.

1914~1918년간 벌어진 1차 세계대전에서에서는 프랑스가 이겼고 1940년에 시작된 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프랑스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양국의 국경지대인 알자스-로렌 지역은 강원도 정도의 크기인데 전쟁이 있을 때 마다 수시로 그 주인이 바뀌었다. 양국의 젊은이 수백만 명이 전사하였고 전쟁 배상금은 가혹할 정도였다.

2차 세계대전으로 양국이 모두 폐허가 된 상태에서 ‘경제재건’이라는 문제가 결국 두 국가를 협력하도록 만들었는데 알자스-로렌지역에서 생산되는 철강과 석탄을 양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사용하자는데 합의하면서 급속도로 양국 관계는 발전하였다. 나아가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타협이 이루어졌고 마침내 1963년 1월 22일에는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역사적인 ‘엘리제 조약’이 발표되었다.

조약의 내용은 양국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가지고 외교·국방·교육 부문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또한 공동선언은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적대의식을 버리고 양 국민이 우호관계를 맺은 것은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하고 양국 간의 협력강화는 통일유럽을 향한 불가결의 단계라고 선언하였다.

이렇게 이루어진 유럽지역 두 적대국 간의 화합과 연대는 유럽 전체 군소 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마침내 유럽연합을 탄생시켜 오늘날 전 세계 GDP의 1/4을 생산하는 거대한 지역연합체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사례는 동북아에서 역사적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로 규정되던 한국과 일본의 화합과 연대를 정착시키는데도 적용 가능할 것이다. 우선 양 국가의 공동이익이 무엇인가를 찾고 이를 위하여 힘을 합치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북핵이 문제였지만 ‘안보’ 분야는 국민들에게 가시적이고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면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와 교육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국에 공히 기여할 수 있는 경제 분야를 식별하여 공동 자본으로 투자하고 국민 생활과 직결된 생필품은 과감하게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교육의 창구를 대폭 확대하여 상호 학문 교류를 위한 기회를 창출하고 양국의 현지에 문화원, 교육관 등을 확충해야 한다. 국적은 엄연히 다르지만 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공동사회 수준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또한 제도화를 위해서 양국이 공히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갓끈을 끊으려던 북한에 의해 양국의 갓끈이 더욱 단단히 조여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어렵게 성사된 한·일의 화해와 협력의 기반이 안보는 물론 경제적 도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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