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30일 급식업체와 '수산물 소비 활성화' 상생협력 협약식
마음대로 메뉴 정할 수 없는 업체는 '속앓이'...특식 개발로 돌파구
"학교 급식 수산물, 학생들이 안 먹으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

서울 시내 한 오피스빌딩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오피스빌딩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단체 급식업체가 정치권과 고객사 사이에서 ‘새우등’ 신세가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국민의힘이 급식업체에 수산물 사용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급식업체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급식 메뉴는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고객사가 요청하지 않는 한 수산물을 원재료로 하는 주 메뉴와 반찬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9일 급식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는 국회에서 급식업체들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을 연다. 협약식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 내용은 간단하다. 급식업체는 국내산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늘리고, 수산업계는 양질의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내용은 간단하지만 문제는 복잡하다. 업체 마음대로 급식 메뉴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 요구대로 수산물 주문량을 늘렸는데, 고객사에서 수산물 메뉴를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직원 불안감 해소를 위해) 메뉴를 줄여줄 것을 요구할 경우 쌓여있는 수산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구내식당에서 고객들이 선호하는 메뉴는 고기류다. 이는 구내식당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대체적으로 느끼거나 경험했던 일이다. 고객만족도를 고려해야하는 급식업체로서는 고기류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업체로서는 일반적인 메뉴에 수산물을 이용한 특식 개발로 정부 여당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모둠회 등 수산물 메뉴로 구성된 점심 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모둠회 등 수산물 메뉴로 구성된 점심 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정부도 수산물 소비 촉진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8일 대통령실 구내식당 메뉴는 모둠회 등 수산물이 주를 이뤘다고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최근엔 경제단체 관계자들에게 직장인 급식에도 수산물 소비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HD현대 등 대기업들도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사내 급식에 수산물 메뉴를 늘리는 등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원전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 한 중학교에 재직하는 교사 배모(52)씨는 “학교급식에 수산물 메뉴가 나올 경우 학생들에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얘기하기가 꺼려진다”며 “결국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바다 생태계와 우리가 먹는 수산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설명을 곁들여야하는데, 현재로선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