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플레이션과 함께 힘든 겨울을 보내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공급 끊기자 ‘에너지 위기’ 찾아와
유럽의 정제 시설 노후화도 휘발유 가격 상승에 한몫

 “여름은 끝났을 지 모른다. 그러나 주유소 앞마당에는 아직도 불만의 겨울dl 잦아들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암울한 현실을 이같이 에둘러 표현했다. [사진=Aston University]
 “여름은 끝났을 지 모른다. 그러나 주유소 앞마당에는 아직도 불만의 겨울dl 잦아들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암울한 현실을 이같이 에둘러 표현했다. [사진=Aston University]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여름은 끝났을 지 모른다. 그러나 주유소 앞마당에는 아직도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이 잦아들고 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유가 상승으로 인해 유럽이 겪을 암울한 현실을 이같이 에둘러 표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 제2차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2차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선도적인 유럽은 석유 공급이 뒷받침되기 어려워 인플레이션과 함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의 자동차 보험업체인 RAC에 따르면, 8월 영국의 펌프 가격은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RAC는 연료 1리터당 가격이 평균 7~8포인트 상승하여 약 1.52~1.55파운드로 올랐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상승은 영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의 원유 가격 강세가 이를 쉽게 설명해 준다. 브렌트유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발표로 7월 중순 배럴당 78달러에서 화요일에는 90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요인이 있다. 정제 비용이다. 휘발유와 경유만이 아니라 제트 연료도 정제 능력의 한계로 인해 최근 몇 주 동안 크게 상승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유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 동향 외에 유럽의 휘발유와 경유 등 정제된 석유 가격 상승에 또 다른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디젤의 경우 국제유가가 14% 오를 때 유럽의 디젤 도매가격은 25% 이상 급등했다.

휘발유 또한 도매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디젤을 따라잡고, 심지어 디젤을 추월하는 등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IEA, 유가 상승으로 “정유업체들 기록적인 이익 누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가장 최근의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정유사들이 ‘거의 기록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제 연료의 강세를 이끄는 단기적 요인들은 재고가 적은 것에서부터 여름 동안 항공사와 자동차 운전자들의 수요가 증가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높은 금리로 인해 연료 비축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유사와 도매상들은 재고를 더 적게 보유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문제는 적절한 종류의 공급 원료 용량의 부족이다.

다시 말해서 유럽 정유사들이 재고를 적게 보유했기 때문이다.

FT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재고 축적을 위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때마침 항공·운수 분야에서 석유 수요가 증가해 수급 마찰이 생기기까지 했다고 분석했다.

유럽 정유사들의 정제 처리능력이 낙후됐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 정제설비가 아시아 등 다른 지역보다 훨씬 오래됐다.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에 따라 인플레이션으로 지친 유럽은 다시 에너지 위기로 이중고를 겪어야만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Friends of the Earth Europe]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 결정에 따라 인플레이션으로 지친 유럽은 다시 에너지 위기로 이중고를 겪어야만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Friends of the Earth Europe]

유럽의 정제 시설 노후화, 휘발유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

유럽의 정유공장들은 일반적으로 아시아의 현대식 공장들에 비해 오래되고 경쟁력도 떨어진다.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 경쟁력이 약한 일부 공장들은 영원히 문을 닫았다.

이 기간 동안 유럽 정제능력의 약 5%가 손실되었다. 이제 수요가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오자 시장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부족 현상이 일어나면서 휘발유를 비롯한 정제 제품들이 급등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유럽에는 큰 이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제재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유럽 시장에서 금지되면서 공급 라인이 더욱 복잡하게 변했다. 2022년 이전에 러시아는 EU에 디젤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였다.

원유 정제 설비를 늘린다면 이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은 전기 자동차 보급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초점을 맞추면서 투자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 사우디가 자발적인 원유 감산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브렌트유 가격은 2023년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그렇게 되면 정유회사들의 정제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겠지만, 운전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름은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유소 앞마당에는 아직도 불만의 겨울이 잦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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