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1%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SPD) 제쳐
경제적으로 열악한 옛 동독 지역에서 강세

과거 히틀러의 집권을 연상케 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가 부상하고 있다. 이 정당의 최근 지지율이 최고 22%까지 오르면서 독일 유럽 의회 선거를 앞두고 EU의 새로운 도전으로 등장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과거 히틀러의 집권을 연상케 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가 부상하고 있다. 이 정당의 최근 지지율이 최고 22%까지 오르면서 독일 유럽 의회 선거를 앞두고 EU의 새로운 도전으로 등장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과거 히틀러의 집권을 연상케 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Alternatives for Deutch)'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

이 정당의 최근 지지율이 최고 22%까지 오르면서 독일 유럽 의회 선거를 앞두고 EU의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자(Forsa)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이 정당은 난민과 이민 수용을 반대하고 반유럽연합(EU) 기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반이민 반유럽연합의 기치 국민들에 먹혀 들어가

연론 조사에서 AfD는 지지율 21%를 획득하며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을 앞질렀다.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기독민주연합(CDU)과는 불과 4% 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 증가가 사회불안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AfD 지지세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나치 정권을 경험했던 독일인들 사이에 일반화돼 있던 극우주의 혐오 정서가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요른 회케 AfD 튀링엔주당 대표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마그데부르크에서 연 AfD 당대회에서 "진정한 유럽이 살 수 있도록 EU는 죽어야 한다"고 밝혔다.

회케와 다른 AfD 정치가들은 앞서도 같은 구호를 사용한 바 있다. 회케의 발언은 AfD 내에서는 지지를 얻었다.

역사가들은 이런 구호가 나치당원들의 선전 구호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살 수 있도록 그들은 죽었다"와 같은 나치의 구호가 그 사례로 지목됐다.

회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사회당(CSU) 소속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는 "AfD는 점점 더 급진적이 돼 간다"면서 "이는 중도층을 약화하고 우리의 복지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 소속 마르코 부쉬만 독일 법무장관은 트위터에 "독일 국민으로서 이 같은 제정신이 아닌 발언을 들으면 몸이 안 좋다"면서 비난했다.

그는 "EU 정치권에서 죽음을 이야기한다면 유럽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바가 없다. 무엇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없애려고 하는 이는 좋지 않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자들은 무엇보다 경제 문제를 꼽고 있다. AfD가 주류 정당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이민 정책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AfD가 간단 명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이민자와 실익이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소진하고 있다고 항의해 왔다.

AfD는 경제적으로 비교적 열악하며 저소극층이 거주하는 동독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독일 브요른 회케 독일 AfD 튀링엔주당 대표.
AfD는 경제적으로 비교적 열악하며 저소극층이 거주하는 동독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독일 브요른 회케 독일 AfD 튀링엔주당 대표.

경제 문제가 가장 커… “실익 없는 이민자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돈 소진하고 있어”

가입자가 3만여명에 달하는 AfD는 2013년 반유럽연합(EU)을 내걸고 창당된 극우성향 정당으로, 반난민과 반이슬람을 내세워 2017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당선됐다.

AfD 지지세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열악해서 저소득층이 밀집돼 있는 옛 동독 지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4년이 지났지만, 독일은 여전히 동서 간 경제적 격차가 극심하다. 종종 반난민 시위나 친(親)나치 시위가 벌어지는 곳도 옛 동독 지역이다.

AfD의 정치적 본거지도 수도 베를린을 포함한 브란덴브루크주다.

한편 독일 Ifo 연구소의 한스-베르너 신(Hans-Werner Sinn) 명예 소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경제추락으로 독일은 다시 한번 ‘유럽의 병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에너지 전략 측면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도전은 특히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 우파 정당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소장은 이탈리아에서 한 포럼에 참석한 후 CNBC와의 회견에서 "독일의 도전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 도전은 독일 산업의 심장부인 자동차 산업과 관련이 있으며 많은 도전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독일의 주요 수출 상품으로 해외에서 판매된 전체 상품 가치의 15.6%를 차지했을 정도로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산업이다.

그는 또한 ‘그린 래시(green lash)’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유럽으로의 전환에 대한 대중들의 환멸의 징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래시는 녹색 정책에 대한 반발을 의미한다.

신 소장은 "분명히 반발이 있다. 이제 인구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처음으로 승리한 우파 성향의 대안 독일당의 인기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에 빠지면서 그동안 독일이 추구했던 친환경의 지속가능한 정책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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