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싱(隱形ㆍ 숨어 있는) 부채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짊어진 부채 상황이 정말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매체에 실린 만평만 보더라도 현실은 잘 알 수 있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짊어진 부채 상황이 정말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매체에 실린 만평만 보더라도 현실은 잘 알 수 있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중국어로는 서장츠뉴(賒賬吃牛) 정도 될 것 같다. 인간이 빚을 좋아한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일단 손에 돈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이 빚을 마다할 까닭이 없다. 중국 3대 경제 주체들인 국가, 기업, 가계 부채의 총계가 국내총생산(GDP)의 300% 가까운 현실은 무엇보다 이 사실을 잘 말해준다. 상당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은 그저 엄청난 것으로 추산될 뿐인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짊어진 부채의 규모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진짜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웬만한 유럽 중견 국가들의 GDP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인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해도 좋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6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 지방 정부들의 공식적인 총 부채는 37조8000억 위안(元. 70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혹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지 모른다.

하기야 2022년 중국 GDP가 대략 130조 위안 전후에 이르니 이렇게 단언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수도 있다. GDP 대비 고작 3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설사 숨겨진 부채가 조금 더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최근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숨겨진 부채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계속 지적하는 사실을 떠올릴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거의 두 배 이상이라는 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정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 각급 지방 정부에서 쉬쉬 하면서 제도권 밖의 그림자 금융을 통해 조달한 빚, 이른바 인싱(隱形. 숨어 있다는 의미) 부채도 상당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더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실제로도 이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최근 전국 약 70만여 개 촌(村. 농촌의 최소 행정단위)의 부채 총계가 9000억 위안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돌아 다니는 현실을 상기할 경우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촌마다 평균 약 130만 위안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계산은 가볍게 나온다.

130만 위안의 부채는 별로 대단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농촌이 도시들보다 훨씬 가난한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촌 위로는 향(鄕), 현(縣), 시의 상급 행정단위들도 존재한다. 이들 역시 상당액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촌마다 지고 있는 130만 위안의 부채의 존재는 결코 간단한 규모가 아니다. 상하이(上海)의 경제학자인 하오더페이(郝德飛) 씨가 우스갯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도 농촌에서는 최고 지도자가 이미 타계한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상당수의 농촌이 상당히 궁벽하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전국의 촌들이 지고 있는 평균 130만 위안의 부채는 정말 큰돈에 해당한다.”면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전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문제는 지방 부채가 당분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조차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한국도 크게 다를 바 없겠으나 지방 정부들의 재정 자립도는 상당히 낮다. 상당수의 예산을 중앙 정부로부터 받거나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등의 건설에 필요한 부지의 사용권을 판매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충당한다.

특히 토지 사용권 판매 수익은 지난 40여 년 동안 거의 이들의 젖줄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만약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좋으면 그럭저럭 위기를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대형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매일 외신에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토지 사용권이 팔릴 리가 없다.

지방 정부들의 자금 사정이 사상 최악이라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들의 부채가 중국 경제의 아킬러스건이 됐다고 해도 크게 무리하지는 않을 듯하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