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중국, 전철 밟나, 안 밟나?
시티그룹, "中 경제 상황, 과거 日보다 심각할 수 있다"
모건 스탠리, “다소 침체는 있지만 위기 상황 아냐”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부 중국 관측통들은 중국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로 대변되는 ‘시노믹스(Xinomics)’의 중국이 곧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히 늘고 있다. 중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도 전에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왜 이런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을까? 지난 2분기 4~6월 중국 GDP는 전 분기 대비 0.8% 성장에 머물렀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부 중국 관측통들은 중국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로 대변되는 ‘시노믹스(Xinomics)’의 중국이 곧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히 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부 중국 관측통들은 중국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로 대변되는 ‘시노믹스(Xinomics)’의 중국이 곧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히 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전에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

이는 지난 1분기 1~3월 기록한 2.2%보다 감소한 수치로, 빠른 속도로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이제 정체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회복의 지연 때문이 아니라 20년 가까이 확대된 부동산 버블의 지속적인 붕괴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8월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현재 하버드대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는 공동 저자로 참여한 '피크 차이나 주택(Peak China Housing)'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중국 부동산 가격이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정점에 있다”고 경고한 바가 있다.

그러면 중국 특유의 자본주의 경제 ‘시노믹스’는 위기인가?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금융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경제중국의 경제 상황이 과거 1990년대 일본의 침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어떤 면에서 일본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이 인구 통계부터 공공부채, 지정학적 긴장까지 일본도 겪지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중국이 더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일본과 비슷한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의 겪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고, 어쩌면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씨티그룹, “일본 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씨티그룹의 요한나 추아(Johanna Chua)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중국의 정책 대응은 '일본화(Japanification, 잃어버린 10년)'를 향한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아 수석은 "경우에 따라 중국의 경제 성장은 과거 일본의 경험보다 더 급격하게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늘날 중국은 30년 전 일본의 높은 부채 수준과 인구 고령화, 디플레이션 조짐 등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호황을 누리던 일본이 1990년대 초 부동산과 주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침체가 발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모건 스탠리는 “중국의 자산 거품으로 침체 우려는 있지만 위기 상황은 아니”라며 “잃어버린 10년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모건 스탠리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가치 비율이 2014년 GDP의 170%에서 2020년에는 260%로 정점을 찍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정점을 찍은 이후 주택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2021년 GDP 대비 80%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 6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씨티그룹의 요한나 추아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모건 스탠리 “침체는 있지만 위기는 결코 아니다”

모건 스탠리는 일본의 경제 위기와는 다르다고 논평하면서 1990년 당시 일본의 GDP 대비 부동산 가치가 560%에 달했다가 1994년 394%로 하락했으며, 일본 증시 시가총액은 1982년 GDP의 34%에서 1989년 142%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 중심의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성장 전망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우선 중국 정부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민간 기업들이 투자 수요를 높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부동산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상업 은행들이 대부분의 손실을 떠안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임금 하락이 기대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임금을 낮추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중국이 대차대조표 불황에 갇힐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노무라 연구소의 리처드 쿠(Richard Koo)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이 아직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경기침체를 앞두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10일 “시진핑 주석은 일본이 밟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다. 그는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이 저금리에도 돈을 빌리거나 소비하지 않으면 정부가 대신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제대로 된 조언을 받는다면 문제가 20분 만에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진국 함정: 중진국에 접어든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거나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현상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최초의 보고서는 세계은행이 2007년에 발간한 ‘동아시아 르네상스: 경제성장을 위한 생각들(An East Asian Renaissance: Ideas for Economic Growth)에서이다.

성장을 구가하던 브라질 등이 속한 라틴 아메리카는 지난 30년 간 중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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