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에서 "선진국의 산업화 성공의 대가는 아프리카가 치러"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 20개 가운데 17곳이 아프리카에
“선진국의 연간 1000억 지원 약속 미루고 있어”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남아프리카 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세계 부유한 국가들에게 개발도상국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재정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 세계에서 기후가 가장 '뜨거운 장소'(hotspots) 20곳 가운데 17곳이 아프리카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아프리카가 세계 다른 곳보다 더 빨리 온난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유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들이 기후 조치를 취하도록 연간 1000억 달러를 동원하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커다란 우려”라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세계 부유한 국가들에게 개발도상국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재정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픽사베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세계 부유한 국가들에게 개발도상국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해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재정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픽사베이]

“선진국의 연간 1000억 지원 약속 미루고 있어”

그는 "노예무역이 끝난 지 수 세기, 식민지 시대의 자원 착취가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아프리카 대륙의 국민들은 또다시 선진국들의 산업화와 발전의 대가를 우리가 짊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그는 이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COP27에서 합의한 대로 기후변화로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을 위한 기금도 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선진국들의 높은 탄소 배출 때문에 아프리카인들이 더 이상 추가적인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지도자들이 평등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면서 세계적인 탈탄소화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에 대응하여 국가 간의 평등과 효과적인 조치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세계적인 기관들의 개혁을 촉구했다.

그는 "회원국 간 주권평등 원칙이 반영되고 안보리가 현재 지정학적 현실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안보리를 개혁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제 이를 위해 '텍스트'(문서)에 기반한 협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를 포함해 국제 기관 개혁돼야”

그러면서 "유엔과 더욱 광범위한 다자체제 속에서 아프리카 대륙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목소리가 분명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을 이끌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해 평화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는 라마포사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로서 우리는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해지도록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든 일을 다해야 하며 갈등에 기름을 붓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아프리카에서 잇따르는 군사 쿠데타에 관해서도 언급하며 "우리는 최근 아프리카 일부에서 반(反)헌법적으로 정부가 교체되는 사건들에 관해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2030 어젠다(2030 Agenda)를 실행하고, 그들의 기후 변화 목표를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증가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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