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가짜 항공기와 선박에 이어 AI 활용한 소프웨어 분야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형항공기를 제작 전시회에 참석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형항공기를 제작 전시회에 참석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뉴스퀘스트=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전방지역 산 속 계곡이나 들판 한 귀퉁이 빈 공간에 나무로 만든 모형 전차, 장갑차 또는 야포가 잘 만들어진 진지 속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멀리 있는 적의 주의를 분산하고 기만하여 화력 낭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 초기인 2000년에 중국 북경군구(지금의 중앙군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이 한국을 엄청 좋아하던 시절이어서 우리 일행 십여 명을 위해 중국 국방부에서 공군과 육군 대령 두 명이 나와서 안내를 해 주었다.

그때 북경군구 소속의 공군 부대를 방문했을 때의 경험이었다. 그 부대는 중국이 자체 생산한 최신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격납고가 없었다. 격납고는 주기장, 정비고로 쓰이는 곳으로 전투기 관리에 필수적인 것인데 그런 곳이 없고 많은 전투기가 활주로 옆 공간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계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전투가 중에 상당수가 실제 항공기와 구분이 안되는 모형 항공기였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런 모형 장비가 한몫 단단히 하는 모양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의 모형을 만들어 전선에 배치하자 러시아군이 이를 실물로 오인하여 값비싼 10여발의 순항 미사일을 허비하였다고 한다.

화력이 열세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시아의 공중 관측장비 렌즈가 진짜와 가짜의 식별에 취약한 점을 이용하여 실전에서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런 모형장비를 가지고 적을 속이는 것은 고대부터 병법의 기본이었고 손자도 병법서에서 ‘병자궤도(兵者詭道, 군사력 운용은 상대를 속이는 것)’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기만에는 단연 으뜸인 집단일 것이다.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 나타난 시멘트 운반 차량이나 생수 운반차량 속에 감춰진 방사포의 모습은 우리 군이 민간자산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웃듯이 연출한 것이었다.

북한은 전 국토 대부분의 지역을 군사기지화 하였는데 처음 식별되어 중요기지로 보았던 곳이 장시간 추적해 보면 허위인 곳이 많았다. 실제 중요한 지휘소나 특수 기지는 모두 지하요새화 된 시설에 위치하고 있다. 항공기는 지하에 건설한 활주로를 이용하여 이, 착륙하고 잠수함은 해안의 지하 암반 터널 속 기지에서 곧바로 바다 속으로 잠항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다. 우리가 북한이라고 알고 있고 보고 있는 것은 모두가 의도적으로 속이기 위해 연출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태풍이 지나간 후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가끔 바닷가에 정박되어있던 선박이 반도막 난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활주로에 계류되었던 항공기가 부서져서 한 쪽 귀퉁이에 쳐 박혀 있는 것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모두가 목재로 만든 가짜인 것이다. 상대를 속이는 것이 일반화된 국가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 지난 해 9월에는 ‘허풍방지법’이라는 해괴한 법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권태오 예비역 육군 중장

상대를 속이는 것이 정당화되는 영역은 인간의 생사가 걸리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 기만술은 교묘하게 발전하며 전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걱정스러운 것은 AI(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하면 이제까지의 하드웨어적 기만이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각심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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