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집이 보인다” 민원이 들어와 볼 수 없게 울타리 설치
그런데 왜 구청이 비용을 내서 울타리 작업하나?

서울 성북구청이 산책로 일부 구간의 울타리를 두배나 높이는 작업을 벌여 주위 경관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길가 집 주인이 사람들이 집을 들여다본다는 민원이 제기 돼 울타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퀘스트]
서울 성북구청이 산책로 일부 구간의 울타리를 두배나 높이는 작업을 벌여 주위 경관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길가 집 주인이 사람들이 집을 들여다본다는 민원이 제기 돼 울타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퀘스트]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27일 아침 8시 반. 성북구 돈암동 구민회관에서 하늘마당을 거쳐 ‘곰의 집’을 지나 성가정입양 입구로 가는 길목에 구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기존의 울타리 위에  다시 울타리를 올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내리는 아침에 무엇이 급해서인지 5명의 인부들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상당히 많은 울타리가 올라간 것을 보면 아마도 아침 일찍부터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길이가 약 50미터 정도로 당연히 이 구간은 울타리 안쪽 주변 경관을 볼 수가 없이 완전히 차단돼 있다.

기존의 높이에서 2배정도 더 높아졌다.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울타리는 사람의 가슴 높이이다. 그러나 일부 구간은 사람 키 보다 높게 새로 설치했다. [사진=뉴스퀘스트]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울타리는 사람의 가슴 높이이다. 그러나 일부 구간은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사람 키 보다 더 높게 새로 설치했다. [사진=뉴스퀘스트] 

안쪽이 군사시설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차량 소리를 막기 위한 방음벽 설치도 아니었다. 순전히 오가는 사람들의 시각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성가정입양 입구 바로 전까지 차단되는 일부 지역은 늦은 봄이면 수 그루의 찔레꽃이 피어 짙은 향기와 함께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차단되어 그 경관은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 구청은 왜 이 울타리를 높여 경관을 차단하여 산책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불만을 자아낼 수 있는 작업을 굳이 하고 있을까?

울타리 작업을 하는 구청 직원의 말이 걸작이었다.

“안쪽에 사는 집 주인이 지나가는 사람들이 집을 들여다본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설치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원래 길가에 위치한 집들은 다 보이는 것이 아닐까? 그 직원은 “저도 잘 모릅니다. 남산 올라가면 집들이 다 보이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성북구청 공원녹지과에서 벌이는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정비사업을 알리는 팻말.  그러나 여기에는 인근 집 소유자 개인의 민원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퀘스트]
성북구청 공원녹지과에서 벌이는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정비사업을 알리는 팻말.  그러나 여기에는 인근 집 소유자 개인의 민원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퀘스트]

북악 팔각정까지 이어지는 이 산책로는 북악 스카이웨이로 불리는 도로와 인접한 길로 빼어난 주변 경관을 자랑하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심지어 전국의 ‘둘레길 걷기’, ‘도보여행’ 동호회 회원들이 찾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더구나 북악 팔각정으로 가는 산책로에는 소위 ‘김신조 루트’가 수십년 만에 개방이 돼 찾는 사람들의 수도 크게 늘었다. 또 그만큼 보존이 잘 된 곳이기도 하다.

인구 주민의 민원을 해결해준다는 것이 이 뭐가 문제가 있겠는가?

그런데 산책로를 지나는 사람들이 집을 들여다본다는 민원 때문에 울타리를 높이 쌓아 길가 경관을 막는 것이 올바른 민원 해결일까?

더구나 그 집은 길가 울타리에서 20미터는 충분히 떨어져 있고 길가 나무들이 많아 모습이 거의 가려져 있는 집이다.

그러나 성북구는 민원에 따라 울타리를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올렸다. 산책로를 오가며 자연 경관을 즐기는 구민들의 생각은 전혀 무시한채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집 주인이 울타리를 설치할 일이지 왜 구청이 돈을 들여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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