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수상자 72명 논문 발표와 인용 건수 추적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이 확실… 그러나 잣대 기준은 달라야
연구의 정점, 다른 분야로 옮기는 경우도 많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많은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영예는 없다. 1901년 창설된 이후 이 상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세상을 변화시킨 획기적인 업적을 인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벨상 수상은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수상자는 세계 무대에 진출하게 되며, 많은 과학자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의 정점을 확인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주목받는 상을 받는 수상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을 받은 뒤에는 수상자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은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수상자는 세계 무대에 진출하게 되며, 많은 과학자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의 정점을 확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을 받은 뒤에는 수상자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노벨상 수상은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수상자는 세계 무대에 진출하게 되며, 많은 과학자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의 정점을 확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상을 받은 뒤에는 수상자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단지 생산성으로만 노벨 수상자를 평가할 수 없어

스탠포드 대학 의과대학의 전염병학자인 존 이워니디스(John Ioannidis)는 노벨상은 “중요한 명성의 도구”이지만 과학자들이 생산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높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워니디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고의 명예인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상을 받기 전보다 연구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팀의 논문이 국제 유명 학술지인 영국의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저널'(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연구팀은 세계적인 상들이 과학자들의 연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밝혀내기 위해 21세기에 노벨상을 받은 72명의 과학자와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 119명을 선정해 그들의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 건수를 각각 추적했다.

'천재들의 상'이라고 알려진 맥아더 펠로십은 각 분야 인재를 격려하기 위해 지난 1981년 미국에서 제정된 상이다.

이워니디스 교수는 "논문 발표 건수는 과학자들이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연구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인용 건수는 논문의 영향력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추적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을 받은 뒤 발표한 논문 건수는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을 받은 뒤 발표한 논문은 인용 건수가 상을 받기 전보다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다.

수상 후 논문 발표와 인용 건 수는 확실히 줄어

반면 맥아더 펠로십 수상자의 경우 상을 받은 뒤 논문 발표 건수가 다소 증가했다. 그러나 인용 건수는 이전과 거의 비슷했다.

과학자들이 노벨상이나 맥아더 펠로십을 받은 뒤 발표하는 논문은 영향력이 오히려 감소하는 모양새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워니디스 교수는 “이러한 유명한 상들은 과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연구 발전에 역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42세 이후 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 건수가 모두 감소했지만, 41세 이전에 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 건수가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벨상 수상자이자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천체 물리학자인 안드레아 게즈(Andrea Ghez) 교수는 “그 차이가 극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0년 블랙홀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그녀는 “세계의 리더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노벨상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령별 직접적인 추세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42세 이상의 수상자의 수상 후 인용 및 출판 횟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41세 이하의 수상자는 더 많은 출판물을 출판하고 더 많이 인용되었는데, 이는 연구자들이 수상자의 과학적 생산성에 나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2020년 블랙홀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안드레아 게즈 교수. 그녀는  “세계의 리더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노벨상수상자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University of Chicago]
2020년 블랙홀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안드레아 게즈 교수. 그녀는  “세계의 리더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노벨상수상자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University of Chicago]

수상자에게는 엄청난 책임 뒤따라… 연구 집중 힘들 수도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반론을 제기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 공동 논문을 발표할 때 젊은 연구자들을 위해 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해당 분야의 특정 연구 주제에서 노벨상으로 업적을 인정받은 뒤 다른 연구 주제로 영역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연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한 연구 분야에서 정점에 도달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다순 왕(Dashun Wang) 교수는 이를 ‘피벗 페널티(pivot penalty)’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이로 인해 논문 발표 건수가 일시적으로 하락하지만 약 3년 후에 다시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이 사람들이 계속해서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워니디스 교수도 생산성을 논문과 인용으로 압축하는 것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는 “왜냐하면 생산성은 이야기의 한 부분만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사회의 발자국에는 중요한 다른 것들이 많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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