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남한 전역 불바다로 , 재래식 무기로도 승산 충분 판단할 수도
미군이 우크라이나와 대만 이스라엘에 묶일 경우 주한미군도 힘 못써...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뉴스퀘스트=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지난 7·8월 김정은·김여정이 ‘대한민국’을 입에 담았다. 즉각 북한이 통일이 아니라 한반도 내 두 개의 국가로 방향을 잡았다, 국력차 극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체제유지 우선이란 수세적 현실의 발로다, 되지도 않을 통일이 아니라 우리도 공생의 평화로운 한반도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은이 ‘깡패’, ‘괴뢰’로 원위치하자 이런 ‘썰’들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김정은이 동독처럼 ‘2국가’ 노선을 걸으려는 것이 아닌가란 해석도 나왔다. 동독은 통일을 반대하며, 국제법적으로 서독과 다른 별개의 주권국가임을 주장했었다.

이것이 김정은의 노림수다. 남남 갈등, 평화로 분칠한 분단 고착, 통일 의지 제거, 그 속에서 전쟁준비가 그의 의도다. 혓바닥 놀림과 무관하게 김정은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통일전쟁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와 더불어 김정은에 힘을 실어준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 발발 즉시 수많은 서방국가들이 무기·병참을 우크라니아에 지원하고 있지만, 핵을 가진 러시아가 두려워 병력 파견이나 전투 참여는 없다. 민족통일을 위한 내전(內戰)을 명분으로 개전하면서 외세 개입 금지를 주창하고 핵무기로 위협하면, 6·25전쟁과 같은 외국군의 참전은 없앨 수 있다는 판단을 김정은은 내렸을 것이다.

러시아가 고전하고 있지만 핵무기가 있는 한 패전은 없음을 보고 있다. 국군보다 인민군이 더 정예화 되었고 사기도 월등하다 여기고, 서울 점령 후 신속히 남하하지 않아 전쟁을 그르친 6·25와 달리 전격전(電擊戰)을 완벽히 계획하여, 전·후방 모두를 전장화(戰場化)해 단숨에 남한 전역을 불바다로 만든다면, 재래식 무기로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정은에 자신감을 더해준 것이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방어체계 ‘아이언 돔’(Iron Dome)이 10월 7일 이슬람 저항 운동 ‘하마스’(HAMAS)의 수천 발 포화에 무력화된 것이다. 방사포, 탄도탄을 비롯해 각종의 모든 화기를 총동원해 수십만 발의 포탄을 한꺼번에 퍼부으면, 한·미 요격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듦은 물론이고 단숨에 괴멸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문제는 주한 미군인데 우크라이나, 대만에 이어 이스라엘에 미군이 묶이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중국은 북한이 먼저 남침해주길 희망하겠지만, 주한 미군도 가담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그 때가 결정적 기회라고 김정은은 결심했을 것이다.

김정은의 노선은 정해졌다. 국내적으로 ‘미제국주의와 그 앞잡이들’에 대한 증오심 고취, 전쟁 분위기 조성, 자신의 권력 카리스마 강화다. 열병식과 ‘탄도탄 불꽃놀이’가 주요 수단이다.

대외적으로 확고한 친러·친중 정책과 양국과의 군사협력 강화, 줄타기 외교로 최대한의 지원 확보다. 동시에 미·중·러 충돌의 시기에 핵 무장력의 고도화·공고화다.

대남으로는 남쪽 사회 흔들기다. 대한민국 운운과 윤석열 정부 고강도 비난의 동시 구사로 국론 분열, 주민과 윤 정부 간 분리다. 통일이 아니라 분단을 기정사실화하고 공존을 주장하는 ‘분단 부역자’ 양산,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구실로 북한 주민은 안중에 없는 ‘사이비 평화론’ 확산이다. 광장투쟁 북돋우기는 양념이다.

이미 국회 제1당 당수는 “통일을 지향하긴 이미 너무 늦었다”(2021.11.20.), “통일을 단기적 직접 목표로 하기 보다는 실현 가능한 사실상의 통일 상태, 통일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헌법이 정한 통일에 이르는 길”(2022.01.16.)이라 속내를 밝힌 바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김정은의 말장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그의 전쟁 궁리를 직시해야 한다. 동독은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2민족, 2국가’를 주장하며, 서독과 1972년 「기본조약」을 체결했고 1973년 유엔에 서독과 동시에 가입했다.

이와 달리 북한은 이미 유엔회원국이다.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려는 조선혁명을 포기하면 주체사상 자체가 설자리가 없고, ‘조선은 하나다’, ‘우리민족 제일주의’, ‘우리민족끼리’ 등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오는 노선·정책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

다음으로 강력한 대북 국제제재로 압박하고 핵 억제력 강화로 안보를 지킴과 동시에, 어떻게 하든 북한 주민에 다가가야 한다. 북한 인권, 북한 민주화를 기치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주민 변화를 통한 북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어주어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과 미래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인민이 착취·굴종·억압·통제되는 인민민주주의 현실을,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이 김정은과 일가의 권력 유지·세습임을, 핵무기가 행복이 아니라 불행임을 자각하고 그들 스스로 변화를 요구하게 해야 한다. ‘북한 주민 눈·귀 가려주는 법’,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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