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건국 이후 중국 사법부장 총 13명 중 여성은 허룽 포함 3명에 불과

부패 호랑이 사냥하는 여걸로 불리는 허룽 중국 사법부장.[사진제공=바이두(百度)]
부패 호랑이 사냥하는 여걸로 불리는 허룽 중국 사법부장.[사진제공=바이두(百度)]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관료 부패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다. 관료들이 시도 때도 없이 1년 365일 경쟁적으로 부패를 자행하는 현실을 보면 진짜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구별한다. 고위직 부패 사범을 호랑이, 반대를 파리라고 부른다. 또 고위직으로 갈수록 부패의 범위가 광범위할 뿐 아니라 착복하는 금액도 엄청나게 커진다.

당연히 중국 사정 당국은 이들을 적발, 처벌하기 위해 그야말로 눈을 부라린 채 감시한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주역이라고 보면 된다. 업무의 성격상 대체로 남성들이 이 기관의 저승사자가 돼 사정의 칼을 휘두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드물게 여성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 역시 꼽을 수 있다. 바로 ‘호랑이 잡는 여걸’이라는 별명을 보유한 허룽(賀榮. 61) 사법부장(법무부 장관)이 아닌가 보인다.

올해 2월 말 현직에 부임한 허 부장은 산둥(山東)성 더저우(德州)시 린이(林邑)현 출신으로 일찌감치 베이징으로 유학, 중국정법대학에서 경제법을 공부했다. 1984년에는 졸업과 동시에 베이징 고급인민법원에서 판사로 일하게도 됐다.

그녀는 이 법원에서만 무려 17년을 일했다. 당연히 두각을 나타내면서 판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착실하게 승진을 거듭, 2001년에는 자연스럽게 부원장으로 발탁될 수 있었다.

그녀는 학구파 판사로도 유명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과학기술대학(UTS)에 유학, 민상법(民商法)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내친 김에 2006년 모교인 중국정법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은 이를 무엇보다 확실하게 증명한다. 박사 학위는 소송법으로 받았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듬해에는 주변의 예상대로 베이징 제2중급법원의 원장으로 승진하는 경사도 맞게 된다. 49세 때이던 2011년 최고인민법원의 부부장(차관)급 전문위원으로 영전한 것은 이로 볼 때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한다.

그녀가 전국적 인물로 부상하는 계기는 2017년 3월 찾아온다. 정들었던 베이징의 법원가를 떠나 산시(陝西)성 기율위원회 서기가 되면서 사정의 칼까지 휘두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최초의 이 지방 근무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업적은 역시 그녀에게 ‘호랑이 잡는 여걸’이라는 별명을 붙게 해준 웨이민저우(魏民洲. 67) 전 산시성 시안(西安)시 서기의 부패 사건 처리가 아닌가 싶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2012년부터 4년 동안 서기로 재임하면서 상상불허의 엄청난 뇌물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주로 아들을 통해 챙긴 뇌물 수수 방법이 아주 철저해 적발되지 않은 채 장기간 축재를 했다고 한다. 증거도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의 범죄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결국 치밀한 수사를 벌여 그를 구속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벌어진 재판에서 웨이 전 서기는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 하기야 허 부장이 꼼짝달싹 못하게 수사를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 활약은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해 10월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1 채널에 의해 소개되기도 했다. 시진핑 (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집권 10년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16부작 다큐멘터리 ‘링항(領航. 항로를 인도하다)’에서 ‘반부패 척결’의 대표 사례로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다. 시 주석의 눈에 확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이때의 활약으로 약 3년 후인 2020년 4월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와 부장급 최고인민법원 부원장으로 영전할 수 있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는 205명 정원의 중앙위원이 되면서 사법부장이 되는 발판도 마련했다.

허 부장은 강단이 대단한 것으로 주변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용모에서부터 이런 분위기는 물씬 난다고 해도 좋다. 게다가 그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성격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법부장으로는 적격이라는 말이 될 수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추이위산(崔玉珊) 변호사가 “허 부장께서 중국정법대학 박사 학위 과정에 있을 때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웬만한 남성 선배들보다 더 능력 있고 정열적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앞으로 사법 개혁을 비롯한 임무들을 세세하게 잘 살펴서 완수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녀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현재 중국 법조계는 청렴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 담당 판사와 공공연하게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케이스까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공정한 재판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다. 금품 수수 혐의로 처벌되는 판사나 검사가 매년 전국적으로 상당수 나오는 현실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그녀는 시 주석으로부터 바로 이런 카르텔을 혁파도 하면서 법조계의 선진화에도 기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성공할 경우 나이가 있는 만큼 향후 더 승승장구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2027년의 당 제21차 대회 때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7명 정원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당정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의 수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1949년 건국 이후 중국의 사법부장으로 활동한 이들은 총 13명에 이른다. 이중 여성은 그녀를 포함, 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뚜렷한 족적을 남긴 부장은 없다고 해도 좋다. 오히려 2005년부터 12년 동안 장수했던 우아이잉(吳愛英. 72) 전 부장은 불미스러운 일로 낙마한 후 3계급 강등을 당하기까지 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녀가 반면교사로 삼아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그럴 경우 그녀의 성공은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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