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스리랑카 라오스 등 차이나머니 유혹에 이자도 못내고 거덜날판...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중국 자금으로 건설됐으나 스리랑카가 부채를 갚지 못하자 중국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제3세계를 뒤덮는 대표적인 차이나 머니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사진제공=베이징칭녠바오]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 중국 자금으로 건설됐으나 스리랑카가 부채를 갚지 못하자 중국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제3세계를 뒤덮는 대표적인 차이나 머니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사진제공=베이징칭녠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무려 140개국 및 각급 기구들의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8일 이틀 일정의 성대한 행사의 막을 내린 중국의 제3회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하 포럼)'은 외견적으로는 성공한 행사였다고 해도 좋다.

중국 입장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반미 연대를 돈독히 다졌으니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럼에 참가한 국가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법도 하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후진국이라는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대부분 참가국들이 중국이 건네준 고율 이자의 차관을 흥청망청 쓰다 부채의 덫에 걸렸다고 해도 좋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포럼은 참가국들의 빚잔치라는 오염을 뒤집어 써야 한다.”는 비난이 일부 외신에 나오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진짜 그런지는 이 국가들이 중국에 갚아야 할 차관의 규모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네팔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52 달러(183만 원)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네팔에 지난 2016년부터 2억1600만 달러를 유상으로 제공했다. 네팔은 이 돈으로 제2의 도시 포카라에 국제공항을 건설, 올해 초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용객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중국에게 빌린 대출금을 단 한 푼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상으로는 2026년부터 갚아도 되나 이대로라면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급해진 네팔은 대출금 상환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즉답을 피한 채 “아직 시간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은 항공 노선을 개설해주겠다.”고만 반응하고 있다. 완전히 부채로 네팔을 꽁꽁 옭아매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보인다.

스리랑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아니 더 심각하다고 해야 한다. 최근 중국 지원으로 남부 요충지 함반토타 항구 등을 개발했으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얼마 전 항구 운영권을 99년 동안 중국에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자만 쌓여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원히 되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갚아야 할 부채로 인해 국가 부도로 내몰리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중국은 그동안 스리랑카에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빌려주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등이 강요하는 조건들을 전혀 달지 않았다. 지난 수년 동안 돈 빌릴 곳이 사실상 거의 없었던 스리랑카로서는 차이나 머니가 달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쥐약이었다. 이자가 비싼 탓이었다.

베이징의 금융권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IMF나 WB의 대출 이자는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의 상업은행들이 제공하는 평균 금리는 2.5%를 헤아렸다. 최대 9%의 금리가 적용된 대출까지 있었다. 국가 파산은 거의 예정돼 있었다고 해도 좋았다.

더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각종 사업은 중국 은행과 기업,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소위 ‘구속성 원조’에 해당했다. 이로 인해 원조를 받은 스리랑카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일자리 창출 등의 부수적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높은 금리의 이자를 비롯해 각종 건설 비용과 일자리를 주워 담다시피 했다.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은 넘어갈 운명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네팔처럼 중국과 인접해 있는 라오스라고 다를 까닭이 없다. 중국 윈난(雲南)성의 쿤밍(昆明)과 수도 비엔티안 노선의 열차를 건설해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덥석 중국의 제안을 물었으나 결과적으로 독배를 마신 꼴이 됐다. GDP의 10%에 가까운 부채를 갚을 길이 없게 됐다.

이외에도 이번 포럼에 참가한 국가들 중 중국의 채무국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이집트, 잠비아, 라오스 인접국 캄보디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이 건넨 대출금 탓에 국가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의 당초 계획대로 포럼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그늘은 더욱 확연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어떻게든 조기에 완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 더욱 많은 자금이 중저소득 국가들에 지원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국가들이 짊어질 빚더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무난히 종착역에 이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