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여개 대기업, 이스라엘 공개 지지... 수백만 달러 기부금도
그러나 사내 직원들로부터 극심한 비난에 시달려
영국계 기업은 중도… 팔 동정했다가 공개 사과도
팔레스타인 희생자 추모한 직원을 '테러 지지'로 분류한 명단도 등장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미국 기업은 괴롭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곤욕을 치른 터라 이-팔 전쟁으로 기업의 선택은 더욱 그렇다.

옳은 편에 서야 한다는 정부와 사회적인 압력은 기업의 본래의 사업 기능을 포기해야 한다. 이제 이-팔 전쟁으로 기업의 선택은 더욱 복잡 해졌다.

원래 기업은 그것이 내전이든 전쟁이든 일상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수익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불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슬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미국 기업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물론 상당수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기업의 수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워싱턴 DC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미국 기업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물론 상당수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기업의 수익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워싱턴 DC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기업들 이쪽 편도 저쪽 편에서도 서지 못해

전통적으로 기업은 전쟁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왔다. 사실 과거 1차, 2차대전을 비롯해 제국주의 전쟁들의 이면에는 바로 기업들이 있었다. 

현명하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장기간 지속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왔다.

그러나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야만적인 공격 규모가 분명해졌을 때 침묵을 지키는 것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기업 리더십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예일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소넨펠드(Jeffrey Sonnenfeld) 교수는 CNN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비겁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그들이 말없이 방관한다면 기업의 성격과 자신이 대표하는 바를 축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성에 가까운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사회적 지적을 염두에 두고 많은 기업들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해 뭉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에 대한 끔찍한 테러 공격에 가슴이 아프다”며 이스라엘을 동정했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도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사망자를 크게 위로했다.

美 80여개 대기업, 이스라엘 공개 지지…수백만 달러 기부금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디즈니(Disney)는 이스라엘의 인도주의적 구호를 위해 2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다른 은행들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미국 내 약 80개의 유명 기업이 하마스 공격을 비난했다.

그러나 CNN에 따르면 많은 조직, 특히 미국 이외의 조직에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공개 지지하는 성명을 낸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히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아마존과 메타, 구글 등 이스라엘과 사업을 많이 하고 현지 직원 수천명을 고용하는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일부 구글 직원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이스라엘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만 내고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에 실망을 드러냈다.

구글, 이스라엘 공개 지지했다가 사내 직원들로부터 극심한 비난에 시달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이스라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로했지만,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계 직원들에게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다.

약 2천명이 속한 아마존 아랍계 직원 단체의 한 구성원은 "우리가 전부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라며 "직원들은 화가 났다. 그들은 아마존이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미국의 대부분의 대기업처럼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내 직원들로부터 한쪽 편을 든다는 커다란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구글은 미국의 대부분의 대기업처럼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내 직원들로부터 한쪽 편만을 들어 인도적인 문제를 무시했다는 커다란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구글과 아마존에서는 일부 직원이 회사가 추진하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의 클라우드 컴퓨팅 구축 사업인 '프로젝트 님버스'가 팔레스타인 주민 지배에 사용될 수 있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유대인 지지자들과 연합해 온 토트넘 홋스퍼 축구클럽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고 말한 뒤 큰 비난을 받았다.

가자지구에 대한 언급에 대해 한 팬은 "다시는 스스로를 유대인 클럽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토트넘을 비난했다.

그러자 이러한 비난에 대해 다른 한 팬은 또 “너희들(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참으로 한심한 놈들이야!”며 다시 비난을 가했다.

세계 최대의 기술 컨퍼런스라고 자칭하는 웹 서밋(Web Summit)의 CEO 패디 코스그로브(Paddy Cosgrove)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비난한 후 사과해야만 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 출신이 설립한 기업, 응징을 주장하기도

아주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업체들도 있다. 벤처 캐피탈 업체 이클립스(Eclipse) 설립자인 라이어 수잔(Lior Susan)은 “단지 감시망을 피하거나 모호하게 반응하는 것은 실행 가능한 대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수잔 설립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은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기업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맞서 도덕적 명확성과 리더십을 확실히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 런던에 본사를 둔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인 시티게이트 듀 로저슨(Citigate Dewe Rogerson)의 리처드 그리피스(Richard Griffiths) 대표도 비슷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통해 이제 기업들이 옳은 일을 하고 옳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기대가 훨씬 더 커졌다는 것을 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그는 경고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이스라엘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테러 조직 사이의 갈등”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을 위한 가장 현명한 조치는 인도주의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이 문제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과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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