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친환경 명분에도 불구 국가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성립여부 불확실
사우디아람코와의 강력한 연계, 한국의 탈탄소시대 산업경쟁력 우위 보장
에쓰오일 같은 기업들의 고성장 계기될 듯

에쓰오일의 홍보 모델 구도일[사진=에쓰오일 홈페이지]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 여러가지 협의를 진행했다. 원론적으로 경제와 산업협력을 위한 양자외교는 우선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고 그 결과 시너지가 기대되어 1+1=2라는 산술적인 합을 크게 넘어서는 미래성과가 달성될 것이라는 성공확신에 기반한다.

여타 언론들의 기사논조와 증시의 움직임으로 판단해보면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 성과에 대해 주로 네옴시티와 방위산업 협력과 관련한 내용들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사우디아람코가 우리나라에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이자 전진기지인 ‘에쓰오일’이 향후 어떻게 발전할 수 있고 고성장 신사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상해 보려고 한다.

필자는 이전에 다룬 기사들에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다룬 바 있다. 독일의 에너지 관련 국책연구기관들도 친환경 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intermittency)에 대한 깊은 우려를 하고 있는 동시에 그 보완책으로 석탄이나 가스, 원자력이 아닌 수소기저발전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사우디아람코도 이러한 독일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다만 양국의 다른 점은 독일은 고비용에도 불구 수전해(Water Electrolysis) 방식을 통한 그린수소(Green Hydrogen)에 주력하고 싶어하고 사우디는 자국의 석유와 가스자산을 활용한 비교적 저비용의 그레이수소(Gray Hydrogen)로부터 출발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그래픽=IOGP]
[그래픽=IOGP]

일반적 상식으로는 독일의 그린수소가 궁극적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 우월한 것이고 사우디의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꼼수’(Green-washing)라는 비판이 높다.

그러나 앞의 기사에서도 다루었듯이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는 고비용 에너지원이 국가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면, 지구를 구하기에 앞서 나라가 망하고 가족이 파산할 수도 있는, 위험한 역설적 상황에 먼저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린수소는 친환경 명분에도 불구하고 과연 국가경제적 또는 정치적으로 성립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비용순으로 따지면 그레이수소는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와 그린수소의 중간에 있다. 인류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과연 얼마나 비용적 타협을 할 용의가 있느냐의 관점에서 볼 때, 사우디가 주장하는 그레이수소가 그린수소보다 더욱 설득력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아직도 세계는 그린수소는 고사하고 그레이수소 정도에서도 비용부담 문제에 있어서 국제적 합의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Net-Zero) 화석연료 신인프라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그레이수소가 꼭 필수인 것도 아니다. 결국 화석연료 연소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연소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문제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고난도이며 고비용의 수소유통 인프라를 만드는 대신, 이미 오래전 상용화되고 저비용이 검증(구체적인 비용문제에 관해서는 추후 다룰 예정이다)된 이산화탄소포집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도 지구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기후변화 방지효과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옥시덴탈(Occidental Petroleum)이나 엑슨모빌(ExxonMobil) 같은 대형 화석연료기업들도 추진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사우디아람코도 기존의 화석연료 인프라에 이산화탄소포집 인프라를 추가하고 거기서 회수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한 합리적 비용을 보상한다면 장기적으로 가장 저렴한 기후변화 방지정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들도 많이 들어보기 시작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개념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에쓰오일은 상기한 구조에서 어떤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동사가 기존에 정유업에 주력해온 기업이라는 점은 독자들도 주지하는 사실이다. 우선, 원유를 휘발유, 등유, 경유 등으로 분해 판매하는 정유사업에 더해 천연가스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해 판매하는 수소정제사업(위 그림에서 2a.개질과 2b.열분해에 해당)이 추가될 수 있다.

만일 수소정제사업이 높은 운송유통비용으로 여의치 않다면 수소를 파는 대신 화석연료 연소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해서 처리하는 사업(위 그림에서 3a.이산화탄소 폐유전/폐가스전 매립사업)으로 대신해도 된다.

에쓰오일의 비지니스 포트폴리오[사진=에쓰오일 홈페이지] 
에쓰오일의 비지니스 포트폴리오[사진=에쓰오일 홈페이지] 

이 모든 사업이 사우디아람코라는 모회사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은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가 거의 부존하지 않는 암반지형이 대부분이고 이는 이산화탄소 매립에도 역시 적합하지 않은 지질구조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화석연료 연소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지구대기와 격리매립에 적합한 곳은 사우디 같은 퇴적지질구조로서 원유나 가스가 장구한 시간 보관되어 있던 폐유전/가스전 등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 유전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석유나 가스를 일방적으로 꺼내서 팔기만 하다가 이제는 그 부산 폐기물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여와서 역으로 넣어주는 순환 싸이클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전까지는 유전/가스전에서 수소와 탄소의 화합물(원유나 가스는 ‘탄화수소’로 통칭됨)이 함께 지구대기로 유출되어 왔던 격이라면 이제는 그 중에서 탄소는 별도로 회수하고 수소만 순유출되는 과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순유출된 수소는 연소후 수증기(H2O)로 변하여 대기에 스며들게 되고 환경에는 전혀 무해하게 된다. 이를 사업적으로 해석해 보면, 원유나 가스도 돈을 받고 팔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도 돈을 받고 회수 매립해 주는 순환적 이중매출구조가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상품도 팔고 그 상품을 사용하고 남은 쓰레기도 수수료를 받고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화석연료 업계 입장에서는 꿩먹고 알먹는 격이고 전화위복인 것이다. 한국과 일본 같은 선진산업국가들은 안정적 에너지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고 온실가스 처리비용을 친환경 수수료처럼 에쓰오일을 통해 사우디에 납부하면 된다.

동일한 온실가스배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고비용 그린수소를 기저전력 인프라로 활용하는 독일 같은 유럽국가들보다 낮은 총비용을 달성할 수 있고 첨단 제조업의 상대적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은 에쓰오일 같은 사우디아람코의 자회사가 없다. 스미토모나 마루베니 같은 종합상사들이 이런 사업을 추진할 듯한데 아무래도 사우디아람코보다는 경쟁력이 뒤쳐질 것이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예를 들어서 사우디아람코 전용 이산화탄소 운반선이 울산항에 우선적으로 기항한다면 일본에서 회수되는 온실가스도 에쓰오일의 인프라를 통해서 중동으로 운반될 것이고 일본기업들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에쓰오일을 탈탄소 창구로 이용할 수도 있다. 아직은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사우디아람코 같은 세계 최대규모 화석연료 기업과의 강력한 연계가 우리나라의 탈탄소시대 산업경쟁력 우위를 보장하고 에쓰오일 같은 기업들의 고성장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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