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강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모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여러 규정이나 법들은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 공정거래법 제45조 불공정거래행위 금지규정, 특히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서 파생된 여러 법률이 있다. 이를 이른바 ‘갑을 관계법’으로 부를 수 있는데, 필자는 이들 법을 중소기업보호법이란 제목으로 묶어 출간한 바도 있다.

그러나 이들 법이 중소기업을 직접 보호하는 법은 아니며 공정한 거래질서 차원에서의 중소기업 보호라는 것은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헌법재판소 역시 공정거래법 제1조의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중소기업 보호도 경쟁질서를 통한 중소기업 보호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6. 12. 26.)

갑을 문제는 2012년 대선과정에서의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갑질이란 말도 2013년 이후 대한민국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라고 하는데,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속에서 갑을관계를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하도급법 등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법들은 경제민주화 추진 그 이전부터 시행되었지만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을을 강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경쟁법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갑을 관계법에 대해서는 민사상 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부당 공동행위, 기업결합 규제를 경쟁법의 대표적 분야로 보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경쟁법의 영역을 다소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보호하고 촉진해야 할 경쟁은 자유로운 경쟁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다. 공정거래법 제1조에서도 공정거래법의 직접적 목적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여러 규정이나 법들은 일응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이 하도급법이다. 우리나라는 하도급 거래가 일반화되어 있다. 하도급 거래는 그 장점도 많다.

1975년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 제정 이후 대기업이 중간재 생산기업들을 수직계열화하면서 생산비용과 거래비용이 절감되고, 이에 따라 대기업은 안정적으로 낮은 가격에 중간재를 공급받아 높은 경쟁력을 지니게 되었다.(양용현, 불공정 하도급거래 방지를 위한 정책 과제, KDI보고서, 2017)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1인당 부가가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그 주요 요인으로 하도급거래구조가 지적되는 등 하도급거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양용현, 불공정 하도급거래 방지를 위한 정책 과제, KDI보고서, 2017)

이에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는 1980년 초부터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근거한 고시를 제정하여 원사업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관행화된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공정거래위원회 40년사, 21면)

그 후 하도급거래와 관련한 사건이 증가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입법적 대응으로 1984년 12월 31일 하도급법을 제정하여 현재까지 활발히 집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하도급법과 유사한 법이 일본에도 있다. 일본 역시 195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가 도입되고, 이를 통해 하도급 지연지급 등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러나 1955년 말 중소기업청이 주도적으로 하도급법안 만든 것이 발견되어 공정위가 법안 제정에 나섰고, 그 결과 하도급법의 소관이 공정위로 된 것이라고 한다.(나가사와 데쓰야 저/최재원 역, 거래상 지위남용 규제와 하도급법, 2018)

결국 일본은 1956년부터 하도급법이 시행되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하도급법 집행은 공정위 업무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신동권 KDI 초빙연구위원

헌법재판소는 하도급법의 취지에 대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합으로써 시장실패현상을 치유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2003. 5. 15.>

하도급법은 법 적용 요건이 엄격하다 보니 외관상 하도급거래라 하더라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금지행위 중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정을 적용하여 의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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