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전문 예인집단의 예술, 세계무형문화유산 남사당놀이

남사당놀이 권원태
남사당놀이 권원태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남사당놀이(男寺黨놀이)는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함께, 민중 속에서 스스로 형성, 연희가 되었던 유랑전문 예인집단의 민중예술이자 종합공연예술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이 깃들어져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1865년에 시작된 경복궁 중건 공사 노역에 동원된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각종 공연이 이루어졌는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공연은 사당패들의 공연이었다. 사당패(社堂牌)는 조선 후기에 남성인 거사(居士)와 여성인 사당(社堂)의 남녀 혼성으로 구성되어 춤과 노래 등을 연행하며 각지로 돌아다니던 대표적인 유랑예인 집단이었다. 이들 사당패는 사당이 소리를 메기면 소고를 든 여러 거사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소리를 받는 오늘날 전승되는 산타령 같은 노래를 주로 불렀다. 

  사당패의 공연이 크게 흥행하자 당시 사당패와 같이 절 주변에서 절 걸립을 주로 하던 나기패(儺技牌) 곧 풍물패가 남자아이인 무동을 여장(女裝)시켜 사당패를 흉내 내어 남사당을 만들고, 어른들은 사당패의 거사가 되어 사당패의 노래를 부르고 곁들여 그들이 주로 하던 풍물에 여러 가지 연희 예능을 하며 공연집단으로 나서기 시작한 때를 남사당패가 성립된 시기로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남사당패에는 제일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있고 그 밑에 곰뱅이쇠(기획), 뜬쇠, 가열, 삐리, 저승패, 등짐꾼 등의 서열이 있으며, 큰 집단은 40명 내외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부 규율이 엄격하였다.

남사당놀이는 덜미, 살판, 버나, 덧뵈기, 어름, 풍물 등 총 6마당으로 구성

  오늘날 남사당놀이는 총 6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덜미(꼭두각시놀음, 박첨지놀음), 살판(땅재주), 버나(쳇바퀴돌리기, 대접돌리기), 덧뵈기(탈춤), 어름(줄타기), 풍물놀이다. 줄타기와 땅재주 같은 고난도 기예들은 처음에는 남사당패가 하던 놀이가 아니었으나, 이를 전문적으로 해왔던 광대집단 계통 예인들이 남사당패에 참가하거나 동원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사당놀이의 예능으로 정착되게 된 것이다. 6마당 외에도 발탈, 얼른(마술, 환술), 춤, 해금 연주 등도 그들의 예능이었는데 전승이 단절되어 요즘 복원 작업을 하여 국민에게 선보이고 있다.

줄타기
줄타기

 

  남사당놀이는 처음에는 6마당 중 ‘꼭두각시놀음’만 1964년에 중요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에 나머지 5종목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추가 지정되어 ‘남사당놀이’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성을 지닌 연희 종목으로 그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남사당놀이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된 데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민속학자 심우성(1936~2018) 선생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1953년 3월 남사당의 남운룡(1907~1978 : 훗날 국가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 예능 보유자로 인정) 패의 마지막 대구 공연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던 남사당놀이를 1960년부터 심우성 선생 주도로 흩어진 남사당패를 재건하고 예능을 복원하여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전승 기반을 구축해주었기 때문이다.

남사당놀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 공연예술로 발전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덜미는 전통 인형극으로서 ‘꼭두각시놀음’, ‘박첨지놀음’, ‘홍동지놀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현재 남사당놀이에만 전통 인형극이 유일하게 남아 있어 남사당놀이의 끈질긴 생명력과 대중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살판은 땅재주로서 살판이라는 용어는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현대의 덤블링과 같이 재주를 넘으며 재주꾼과 어릿광대의 해학이 넘치는 재담을 주고받는 것이 별미이기도 하다.

  버나는 쳇바퀴돌리기, 대접돌리기라고 하며 재담을 나누며 담뱃대 끝이나 약 40cm가량의 막대기 끝부분을 뾰족하게 깎아 둥글게 만든 기구를 돌리면서 여러 가지 재주를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덧뵈기는 탈춤을 말하는데 중부지방, 남부지방, 북부지방 등 탈놀이의 모두 13종의 탈(가면)이 등장하며 총 4마당으로 구성되어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극 연희다.

  어름이란 줄타기 혹은 줄놀음을 말하며 얼음 위를 걸어가듯 조심스럽고 어렵다고 하여 어름이란 이름이 생겼으며 줄 위의 줄광대와 줄 묘기를 펼치면서 땅 위의 매호씨(어릿광대)와 재담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승도창(繩渡唱)이라 하여 노래를 부르며 노는 놀이를 말한다.

  풍물놀이는 길놀이와 비나리, 판놀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지방색을 띠지 않은 것이 특징이며 약 30여 가지의 판굿이 있으며 예술성이 돋보인다. 공연 시간은 약 4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2009년에 잠시 남사당놀이보존회 이사장으로서 재임하였던 나로서는 남사당놀이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더 깊다. 남사당놀이는 그 어느 종목보다도 더 국내는 물론 세계적 공연예술로 무한히 진화 발전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남사당놀이가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연희로 우뚝 서서 우리 국민의 사랑받는 무형문화재이자 K-콘텐츠 공연예술로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