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불안으로 금 매입은 세계적인 추세… 각국 중앙은행 앞장서
미국의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한 금융 제재에서 얻은 교훈
향후 미-중 분쟁 가열될 경우, 달러 의존도 낮추기 위해서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국내 금값이 이달 들어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1온스당 2천 달러를 넘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지정학적인 불안이 커져 금 가격이 2주 만에 10%가량 상승했고, 한때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2000 달러(약 262만 원)를 넘기도 했다.

10월 말 현재 국제 금 현물 가격은 9월 말 대비 8.19%(151.44달러) 오른 온스당 2000.07달러에 거래됐다.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금 사재기를 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지정학적 불안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진=KITCO]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금 사재기를 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지정학적 불안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진=KITCO]

지정학적 불안, 금 매입은 세계적인 추세… 중앙은행들이 앞장서 매입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달러 약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눈에 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사들인 금의 양은 1136톤으로 한 해 전인 2021년보다 152%나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이러한 사재기는 계속되었다. 지난 1분기에만 싱가포르가 69톤, 중국이 58톤, 튀르키예가 30톤의 금을 사들였다.

6일(현지시간) 귀금속 전문 매체인 키트코 뉴스(Kitco News)는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인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금 사재기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특히 3년 동안 금 구매에 나서지 않았던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다.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그리고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력 속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다.

이 뉴스는 WGC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 금은 275t이며, 중국은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한 금 800톤 중에서 181톤을 사들여 사재기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향후 미-중 분쟁 가열될 경우, 달러 의존도 낮추기 위해서

중국의 분기별 금 보유량은 1분기 287.7톤, 2분기 174.8톤에 이어 3분기 337.1톤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 부진, 그리고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에 가속도가 붙자 중국인 개인 투자자들도 인민은행을 따라 금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분석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폴란드와 싱가포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두드러졌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올해 금 매입 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14%가 증가했다고 WGC가 밝혔다.

7월 기준 우리나라의 금 매장량은 2,113톤으로 세계 5위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중국 전체 신고 자산의 4%에 해당하며, 중국 중앙은행은 11개월 연속 금 비축량을 늘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7월 현재 2113톤으로 세계 금 보유 순위 5위를 차지했다. 금은 인민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4%가량을 점한다.

미국의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한 금융 제재에서 얻은 교훈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대 금보유국은 미국이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 보유 규모는 8133톤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뉴스위크에 “금에 대한 중국의 관심 증가는 달러 기반 자산에서 벗어나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로, 금융 및 지정학적 변동이 심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들은 “중국의 골드러시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채권 시장이 악화되고 서방 국가들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이고 판매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재정 상태를 강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중국 경제 전문가인 니콜라스 라디(Nicholas Lardy) 박사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다각화 전략일 것이며 미국이 가할 잠재적인 제재에 대한 중국의 취약성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디 박사는 “그들은(중국 당국)은 러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고,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서 차단된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중국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홍보해 왔다. 아직 운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장기적인 목표임은 분명하다. 그들은 달러의 역할을 줄이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논리적인 것 같다. 그들은 달러에서 벗어나 그들의 보유 자산, 공식 외환 보유 자산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라디 박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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