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증가하는 아시아인, 가톨릭인 대학생에 우려 느껴 제도 도입
대학의 오래된 전통, 사회적 차별 비난에도 불구하고 통과 쉽지 않아
전 하버드 총장 지낸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 대표적인 옹호론자

부유층의 금수저 자녀에게 유리한 특혜 입시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 명문대의 동문자녀 우대제도 '레거시 입학제도'를 금지하는 법안이 연방 상원에 제출됐다. 미국의 귀족학교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레거시 제도를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부유층의 금수저 자녀에게 유리한 특혜 입시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 명문대의 동문자녀 우대제도 '레거시 입학제도'를 금지하는 법안이 연방 상원에 제출됐다. 미국의 귀족학교 하버드 대학 학생들이 레거시 제도를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부유층의 금수저 자녀에게 유리한 특혜 입시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 명문대의 동문자녀 우대제도 '레거시 입학제도(legacy admission, 또는 legacy preference)'를 금지하는 법안이 연방 상원에 제출됐다.

원래 레거시’는 보통 유산이라는 말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돈을 말한다. 돈으로 특혜를 받아 대학을 들어간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기부금 입학’이 더 알기 쉬운 적절한 표현이다.

레거시 입학은 전통적으로 대학 기관의 졸업생과 가족 관계를 기반으로 특정 지원자에게 입학을 부여하는 특혜다. 대학 입학에서 가장 논란이 되어온 부분이다.

민주 공화 의원 공동으로 상원에 금지법안 제출…”미국은 귀족제가 아닌 기회의 땅”

이러한 레거시, 또는 기부금을 통해 입학한 학생을 ‘레거시 학생(legacy student)’이라고 부르며, 또는 간단히 ‘레거시’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와 달리 당사자들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모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행은 특히 미국 대학 입학 과정에서 널리 퍼져 있다. 연구중심대학의 거의 4분의 3과 거의 모든 인문대학이 입학 시 레거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 대학의 레거시 제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대학교 학생들은 최고의 부자 엘리트로 꼽힌다. 그리고 기부금도 많이 가장 돈이 많은 대학으로 정평이 나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포브스는 민주당 소속인 토드 영(인디애나)과 공화당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이 레거시 입학제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동문 자녀나 고액 기부자 자녀에 대한 입학 우대 관행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라고 전했다.

‘메리트 기반 교육 개혁 및 기관 투명성법(Merit-Based Educational Reforms and Institutional Transparency Act 또는 MERIT Act)’이라는 이 법안은 현재 입학 요건을 변경하여 입학 과정에서 대학이 "우대"를 제공하는 관행을 종료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여야 의원이 이 법안을 공동 제출했지만, 워낙 오랫동안 대학 사회에 뿌리 박힌 이 제도가 실제로 통과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대학의 오래된 전통, 사회적 차별 비난에도 불구하고 통과 쉽지 않아

다만 상원에서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레거시 입학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워싱턴DC 정가에 확산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미 교육부는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 인종을 학생선발 요소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소수인종 우대입학 위헌 결정 이후 하버드대학의 레거시 입학제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레거시 입학제도가 '인종, 피부색, 국적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민권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따른 조치였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점수가 동일할 경우에도 경제력 상위 1% 가정의 수험생은 다른 수험생들보다 합격 가능성이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을 제출한 영 의원은 "미국은 귀족제도가 아닌 기회의 나라"라고 며 "레거시 입학제도는 사회적 배경이 든든한 지원자들을 위해 재능 있고 명석한 어린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버드 대학 동문이자 이 대학의 총장을 지낸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는 대표적인 레거시 입학제도 옹호론자이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하버드 대학 동문이자 이 대학의 총장을 지낸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는 대표적인 레거시 입학제도 옹호론자이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전 하버드 총장 지낸 경제학자 로렌스 서머스, 대표적인 옹호론자

전 하버드 대학교 총장인 로렌스 서머스 경제학자는 "레거시 입학은 모든 사립 교육 기관과 마찬가지로 대학 커뮤니티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특혜 입학제도를 강력하게 옹호해 왔다.

이러한 제도는 하버드를 비롯해 미국의 명문 대학과 인문대학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지만 미국인의 75%가 이 제도에 반대할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미국에서 대학의 레거시 입학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인 기독교 우월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엘리트 대학들은 유태인, 가톨릭교인, 아시아인이 점점 더 많이 학교에 입학해 자리를 잡게 되자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레거시 입학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논란 속에 2010년대부터 다소 사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기 시작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이 2014년, 포모나 칼리지(2017년) 애머스트 칼리지(2021년),[15] 웨슬리안 대학(2023년) 등을 포함한 명문 대학에서 레거시 입학제도를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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