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트 기업 넷파워 굴뚝없는 화력발전소 설계
화력발전소 중복투자 피하면서 온실가스제로 달성 가능
국내 전력기기 제작업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의 몰락을 성장의 기회로

효성중공업의 2023 수소전시회[사진=효성중공업 홈페이지]
효성중공업의 2023 수소전시회[사진=효성중공업 홈페이지]

【뉴스퀘스트=윤한홍 경제에디터 】  최근 세계 에너지업계에서는 ‘그린패닉(Green Panic)’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선진국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심각한 실적충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기사에서도 다루었지만, 며칠 전 현지 기사에서 추가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독일 지멘스(Siemens Energy)는 독일정부와 은행들에게 20조원 이상(€ 15billion)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 뉴저지 해안에 이어 영국정부가 추진하던 신규 해상풍력발전소 입찰에 대해서도 더 높은 전력가격을 요구하며 업계 모든 기업들이 참여를 거부한 상태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신재생발전소들의 실패현상은 기존의 전통적 발전기자재 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두산에너빌리티나 한전KPS, 효성중공업 및 중소전력기기 제작업체들 모두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상된다.

추후 언급하겠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의 알려지지 않은 비용증가 요인 중에 ‘중복투자의 비효율’이 대표적인데, 이에 비해 전통 화력발전소들의 경우 중복투자를 피하면서도 최소한 기술적 개선투자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온실가스제로(Net-Zero)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산소가스발전의 예 (Allam-Fetvedt Cycle, 굴뚝 없는 화력발전소)

Net Power사의 개량 온실가스제로 화력발전소 개념도[그래픽=Net Power사 홈페이지]

위의 그림은 미국의 스타트업인 넷파워(NetPower)사가 제시하는 개량된 온실가스제로 화력발전소 설계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그림을 간단히 요약하면 ‘굴뚝 없는 화력발전소’이다.

입력은 천연가스(또는 석탄)+산소, 출력은 전기+이산화탄소+물이라는 단순한 구조이다. 보통 화력발전소들이 연료와 공기를 혼합하여 연소시키는 반면, 이 발전소는 일반공기 대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공기에서 분리해낸 순수한 산소만 입력하기 때문에 ‘순산소발전(Oxy-Fuel Combustion)’이라고 부르고, 순수산소 연소시 화학적으로 출력될 수밖에 없는 순수이산화탄소를 저비용으로 격리, 산업적 활용 또는 매립하여 대기에 배출되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는 수소나 천연가스 등보다 다루기 쉽고 안전한 기체로 보관운송 등 비용이 매우 낮으며, 오히려 초기에는 돈을 받고 팔 수도 있는 중요 산업재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다량 포집되는 경우 매립되거나 합성수지 등으로 변환되어 격리해야 한다. 어쨌거나 이 화력발전소는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제로이며 질소산화물과 검댕 등의 오염물질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배출할 필요가 없어서 굴뚝 자체가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발전소가 이미 미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상업용 수주를 받고 건설 중이라고 한다. 기본구조는 기존 화력발전소와 동일하기 때문에 입출력 부문만 넷파워사가 설계 담당하고 발전기자재 대부분은 제네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이 담당했다.

우리나라도 이 설계를 도입한다면 모든 기자재를 두산에너빌리티와 중소기업 협력업체 등을 통해 거의 100% 국산화할 수 있다.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기존 화력발전소 설계를 약간 바꿈으로써 온실가스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서방선진국 집권 정부들의 딜레마는 ‘전동화(Electrification)를 통해 온실가스제로를 달성,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높은 ESG 요구를 ‘막대한 전력요금 또는 세금’ 없이는 들어줄 수 없는 구도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과거에 강력하고 과감한 친환경 구호로써 집권한 이후, 현재는 예상을 넘는 막대한 비용청구서를 국민들에게 들이밀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실질적으로 풍력과 태양광만이 신재생발전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다는 데에 있다.

태양광패널에 비해 풍력터빈은 야간에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 정부들이 풍력발전에 치중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던 와중, 독일 지멘스나 덴마크 오스테드의 경영위기가 불거지는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은 지난 기사(세계경제 진실게임 제6화)에서 언급된 바 있다.

태양광은 전력저장장치(ESS)라는 매우 비싼 보조수단을 추가하거나 원자력 또는 화력발전소들이 흐린 날이나 야간에 보조전력공급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 유명해진 독일어 용어 중에 Dunkelflaute(영어로는 Dark Doldrums)가 있다. 이는 전력저장장치(ESS)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햇볕과 바람이 장시간 멈춘’ 상태를 말한다. 이 때에는 아무리 많은 풍력과 태양광 설비가 있더라고 극단적으로는 전력출력이 ‘0’이 된다.

이런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전통적 원자력, 화력발전소들이 평소에는 놀면서 대기해야 한다. 놀면서도 파산하지 않도록 이 시간 동안에도 발생하는 고정비용은 세금 또는 전력요금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

초기에 풍력과 태양광이 소규모로 국가전력망에 편입되기 시작하던 때에는 이런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 비율이 높아지면서 모순적 상황이 극대화되었고 심각한 비용문제와 전력가격 급등 등 부작용이 극명해진 것이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위해서 결국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기존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새로운 저탄소 발전기술이 채택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과 함께 저비용으로 온실가스 격리가 가능한 순산소연소방식 가스발전 또는 석탄화력발전, 매장된 수소(White Hydrogen)를 가스전으로부터 직접 전력화하여 송전하는 발전방식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런 발전방식이 온실가스제로 전력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이 발전소들의 신뢰성이 매우 높고 비용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중복투자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검증된 발전기자재 업체들의 제조역량을 그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산업기반이 와해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역량을 아직 잘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종의 ‘재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윤한홍 경제에디터
윤한홍 경제에디터

다만 친환경단체들의 병적인 화석연료 혐오 및 방사선 공포증으로 인해 소위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매도되는 상황이 줄어들어야 할 것 같다.

전기차 보급확대와 인공지능(AI)의 본격화로 서방 선진국들이 높아지는 전력수요 압력에 직면했음은 확실하다. 저렴한 가격의 친환경 전력이 있어야 사회 및 산업발전, 국가경쟁력 개선을 이룰 수 있다. 비싼 전력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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