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역에서 평방미터 당 가격 평균 10∼20% 하락한 것으로 분석
웨이하이(威海)시의 루산(乳山) 해변 소재 별장 100만위안에서 8만위안으로
심지어 1+1 부동산 물건 나올 수도

베이징 교외의 한 주상복합 단지. 경기 불황으로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베이징 교외의 한 주상복합 단지. 경기 불황으로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듯하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조금 심하게 말할 경우 형편이 없었다. 한국에서 웬만한 아파트 한 채 팔아서 중국 시장에 투자할 경우 최소한 3∼4 채 이상 구입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의 쾌속 발전에 발맞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우습게 볼 정도가 돼버렸다. 완전 상전벽해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한때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만간 홍콩까지 우습게 볼 정도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이 대두했던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불후의 진리를 말해주려는 듯 진격의 중국 부동산 가격이 요즘 휘청거리고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대폭락 조짐까지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방에서는 처참한 수준에까지 내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 이제는 중국인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울 부의 상징이 아니라 애물단지가 됐다고 해도 좋은 상황이 아닌가 보인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의 부동산은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을 4포 세대로 불리게 만들 만큼 진짜 비쌌다. 평생 임금 노동자로 살아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연애, 결혼, 출산 등은 사치라고 판단, 지레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명문 대학들이 대거 소재한 탓에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최고 학군으로 유명한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 일대 부동산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른바 쉐취팡(學區房. 인기 학군의 주택)으로 불리면서 평방미터 당 가격이 최소한 20만 위안(元. 3640만 원)까지 했으나 지금은 완전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평균 2∼3만 위안 정도 내렸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앞으로는 더 내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 되면 베이징 내 다른 지역은 굳이 자세하게 거론할 필요도 없다. 허베이(河北)성에 인접한 변두리 지역들의 상황을 살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가격이 최대 50% 가까이 폭락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징왕(京旺)의 부동산 중개업자 양치윈(楊啓運) 씨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폭락이라는 현실이 도래할 줄은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올라갈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자신의 사업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지 때문이 아닐까 보인다.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上海)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평방미터 당 가격이 평균 10∼20%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들의 거래도 평균 50% 전후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더욱 하락하면서 거래 동맥경화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상당 기간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해도 좋다.

이외에 톈진(天津),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선전시 같은 대도시들의 분위기도 최악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가격이 중소도시들의 부동산처럼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기가 막힌 사례도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루산(乳山) 해변에 소재한 별장들이 주인공이 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이 기가 막히게 좋은 탓에 한때 가격이 평균 100만 위안을 넘기도 했으나 지금은 달랑 8만 위안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1+1에 팔리는 운명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하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지금 붕괴 직전에 직면해 있다. 헝다(恒大. 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碧桂園. 컨트리 가든)을 필두로 하는 다수의 개발업체들이 막대한 빚을 짊어진 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빈집도 전국에 최대 1억5000만 채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때 미쳤다는 소리까지 듣던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실제로도 눈앞의 현실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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