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대체육의 생산과 판매, 수입과 수출 금지
위반할 경우 최대 2억 원 벌금…생산 공장은 폐쇄
농업부 장관, “이탈리아 고유한 식품 문화 보존해야”
앞서 귀뚜라미와 메뚜기 등 곤충에서 추출해 만든 '곤충 밀가루' 금지

육류를 대신할 친환경 대안으로 알려진 인공 고기 ‘배양육’ 판매가 이탈리아에서 금지된다. 이탈리아 의회가 16일(현지시간)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사진=픽사베이]
육류를 대신할 친환경 대안으로 알려진 인공 고기 ‘배양육’ 판매가 이탈리아에서 금지된다. 이탈리아 의회가 16일(현지시간)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유럽 전문 온라인 매체 유락티브(Euractive)에 따르면 이탈리에서는 육류를 대신할 친환경 대안인 인공 고기 ‘대체육’, 또는 ‘배양육’ 판매가 금지된다.

이 매체는 이탈리아 의회가 16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공 고기인 대체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찬성 159표, 반대 53표, 기권 34표로 가결했다.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대체육의 생산과 판매, 수입과 수출 금지

유락티브에 따르면 이에 앞서 14일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Francesco Lollobrigida) 농업부 장관은 이날 유럽 보수당과 개혁주의자들이 야누스 보이치에호프스키(Janusz Wojciechowski) EU 집행위원회 농업 고등판무관이 참석한 가운데 주최한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일랜드 킬케니에서 열린 행사에서 롤로부리지다 장관은 원격 연설에서 합성 식품의 인조고기를 금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인조고기 생산 강경 반대파로 실험실에서 배양 생산된 식품의 생산, 수입, 판매 금지를 줄곧 주장해 왔다.

그는 이탈리아의 음식 유산을 보호하고 주요 산업인 농업과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대체육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지난 7월 상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이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 법안은 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대체육의 생산과 판매, 수입과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자연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육류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취지인 이 법안을 위반할 경우 최대 15만유로(약 2억원)의 벌금을 물게 되며, 최대 3년 동안 공적 자금 지원을 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해당 식품을 생산한 공장은 폐쇄될 수 있다.

농업부 장관, “이탈리아 고유한 식품 문화 보존하고 농민 보호해야”

지난 3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추진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롤로브리지다 장관이 낸 해당 법안은 자국의 식문화 보호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재배육을 포함한 실험실에서 재배한 식품을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법안이 발표되자 야당 정치인들, 환경 운동가들의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다. 동물의 세포를 합성해 만든 대체 육류인 배양육은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역행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싱가포르는 배양육 제품에 대한 시판 승인을 하며 재배육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상원은 지난 7월 법안을 승인했고, 상원의원 중 60%가 인간의 건강과 국가 유산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재배 육류의 제조 및 판매 금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같은 취지에서 귀뚜라미·메뚜기 등 곤충에서 추출해 만든 '곤충 밀가루'를 피자나 파스타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 그는 이탈리아의 고유한 식문화와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조고기 배양육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 그는 이탈리아의 고유한 식문화와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조고기 배양육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귀뚜라미와 메뚜기 등 곤충에서 추출해 만든 '곤충 밀가루' 금지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인위적인 기술로 만든 제품이 상용화되면 기술을 가진 다국적 기업 등은 이익을 얻겠지만, 전통 농가는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 법안이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들은 이 법안이 농업, 특히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한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반발해왔다.

또 국제동물보호단체(OPIA)는 대체육이 동물 복지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윤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대체육은 세계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해 11월 세포 배양 닭의 생산을 허가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에 배양육을 치킨너겟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대체육 생산과 유통을 승인할 경우, EU 회원국인 이탈리아가 대체육 판매를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킬케니에서 열린 행사에 원격으로 참가한 롤로브리지다 장관은 “이탈리아는 합성 식품이 없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며, 이를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예방 원칙을 선택했다. 식품의 품질은 기본이며, 우리는 부유한 엘리트만을 위해 양질의 식품이 생산되는 둘로 나누어진 사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잘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