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식품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획기적 제도"
과세 해마다 점차 늘려… 당뇨병, 비만 등 비전염성 질병 억제
인플레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높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나트륨(소금) 섭취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남미 콜롬비아도 소금 섭취량이 비슷해 짠 음식을 선호한다.

콜롬비아가 너무 짜거나 달게 만드는 정크푸드에 건강세를 도입했다. 나트륨 함유량이 많고 초가공을 거친 식품에 명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콜롬비아가 제정한 이 법안은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미의 콜롬비아가 너무 짜거나 달게 만드는 정크푸드에 건강세인 '정크푸드세'를 도입했다. 나트륨 함유량이 많고 초가공을 거친 식품에 명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Dreamstime Free Photo]
남미의 콜롬비아가 너무 짜거나 달게 만드는 정크푸드에 건강세인 '정크푸드세'를 도입했다. 나트륨 함유량이 많고 초가공을 거친 식품에 명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Dreamstime Free Photo]

가공 식품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획기적 제도"

수년간의 캠페인 끝에 '정크푸드법(junk food law)’이 이번 달부터 시행되었으며, 부과금도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해당 식품에 대한 정크푸드 세금은 처음에는 10%에서 시작하여 내년에 15%로 인상하고, 2025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감자칩 등 튀겨서 만드는 스낵을 비롯해 비스킷, 탄산음료, 즉석식품, 초콜릿, 잼, 시리얼, 가공육, 케이크 등도 과세 목록에 포함됐다.

세제 개편을 이끈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가 예산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롬비아 정부의 이번 조처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는 '획기적인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크푸드 퇴치 캠페인 단체인 미주 건강 연합(Coalition for Americas' Health)의 베아트리즈 샴페인(Beatriz Champagne) 대표는 “우리는 식습관 관련 질병이 큰 문제가 되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길을 따르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초가공식품에 과세 점차 늘려… 당뇨병, 비만 등 비전염성 질병 억제

샴페인 대표는 "정책 측면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서방국가들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식단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 이는 매년 사망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뇌졸중 및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콜롬비아인은 하루에 평균 12g의 소금을 소비한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높고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콜롬비안 성인 거의 3분의 1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당뇨병 등 식습관 및 비만과 관련된 다른 비전염성 질병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사망의 3분의 1 이상이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70세 이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전염성 질병은 콜롬비아 전체 사망자의 약 76%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2015년부터 짜고 설탕이 많은 초가공식품에 건강세 및 제품 라벨링 캠페인을 벌여온 단체인 ‘에듀카 컨슈머도어즈(Educar Consumidores, 소비자 교육이라는 의미)의 에스페란자 세론 빌라키란(Esperanza Cerón Villaquirán) 대표는 “우리 팀은 우리나라에서 금지된 모든 종류의 공격과 검열을 겪었다”며 “각종 위협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인플레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높아.

“우리가 투자한 노력은 제도적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이었다. 우리는 결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버텼다”고 회상하면서 법이 제정되기까지의 수년간의 노력을 "산고의 어려움"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세금 법안에 대해 비판자들은 이것이 콜롬비아의 인플레이션 투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LIC)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국제 보건 정책 및 경제학 교수인 프랑코 새시(Franco Sassi) 박사는 “전 세계 국가들은 담배나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보건세를 시행해 왔지만 이를 가공식품까지 확대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새시 교수는 "콜롬비아의 새로운 획기적인 모델은 우리가 이전에 본 것보다 더 광범위하며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세금은 산업적으로 제조된 즉석 섭취 식품으로 정의된 초가공제품만이 아니라 초콜릿이나 감자칩과 같이 소금과 포화 지방 함량이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새시 교수는 살치촌 소시지(salchichón sausage)와 같은 일부 전통 콜롬비아 식품 등은 세금에서 제외하는 등 식품 산업과 일부 타협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세와 함께 라벨 제도 도입에 대해서 "이웃 국가인 에콰도르, 페루에 이어 설탕이나 포화지방 등 건강에 해로운 성분 함량이 높은 식품에 대해 의무적인 건강 경고문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는 현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정크푸드 세금이 물가 상승 우려나 빈곤층에 더 큰 경제적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 법안 발효를 강력히 반대해온 일부 대형 식품 업계의 반발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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