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울렸다 웃겼다 하던 ‘얘기장사’패

퍼시빌 로웰이 찍은 화계사 정원의 얘기장사패(1886)
퍼시빌 로웰이 찍은 화계사 정원의 얘기장사패(1886)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  ‘얘기장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야기를 팔아 돈을 버는 거리공연 예술가를 말한다. 오늘은 조선조 말, 거리에서 혹은 저녁나절 마을에서 비교적 넉넉한 집을 찾아 소설을 구연(口演)하여 돈을 벌었던 ‘얘기장사’ 혹은 ‘전기수(傳奇叟: 책 읽어주는 노인)’라는 거리공연 예술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얘기장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람을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배우이기도 해서 그가 이야기판을 펼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는 때로는 이야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노래도 불렀다가 동물 울음소리의 흉내를 내기도 하며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갔다. 

 ‘얘기장사’의 이야기 밑천은 옥루몽(玉樓夢)·홍길동전(洪吉童傳)·숙향전(淑香傳)·소대성전(蘇大成傳)·심청전(沈淸傳)·설인귀전(薛仁貴傳) 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아주 긴요하여 꼭 들어야 할 대목에 이르러서는 읽기를 그치고 관객들의 눈치를 살피면 관객들은 그다음 대목을 듣고 싶어서 다투어 돈을 던져 주었다. 이것을 일컬어 요전법(邀錢法)이라 했다. 

‘얘기장사’는 악사를 대동한 1인극의 달인 

‘얘기장사’는 대체로 1인에서 2~3인의 악사를 대동하여 이야기의 극적 효과를 높였다. 악사는 기본적으로 장구잽이이고, 해금(깡깽이)잽이와 단소나 피리잽이가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얘기장사’는 목판본 고전 소설을 펼쳐 들고 입담 좋게 등장인물의 배역에 따라 목소리도 변성해가면서 얘기를 엮어 나가노라면 잽이(악사) 들은 적당히 중간중간에 극적 상황에 따라 반주 음악과 효과음까지 가미하니 얘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훌륭한 1인극이 된다. 

‘얘기장사’는 재미있는 얘기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교통과 통신이 원활치 못했던 옛날이었기에 얘기판이 끝나면 세상 돌아가는 얘기(뉴스)와 물가 변동과 온갖 소식을 전해주는 기능을 겸하고 있었다. 훌륭한 얘기장사일수록 때와 곳에 따라 주어진 옛날얘기 속에 즉흥적으로 오늘의 얘기를 삽입하면서 끌고 갔다. 

이 시대의 ‘얘기장사패’의 거리공연예술을 보고 싶다 

1886년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라고 세계에 소개한 외교관이자 천문학자인 퍼시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이 조선조 말 개화파였던 윤치호(尹致昊 1865~1945) 등과 화계사에 놀러 갔을 때, 거느리고 간 ‘얘기장사’패를 촬영한 사진이 남아 있다. 1930년대 말까지는 전국에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줄잡아 50여 패거리가 있었다는 것이 1959년에 고인이 된 ‘얘기장사’ 김경태(金京泰)(충남 공주 출신) 옹의 증언이다. 

오늘날 이러한 형태에서 다 발전된 형태로 이 시대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풍성한 음악과 연희로 거리예술공연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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