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비구이위안 이어 중룽(中融), 광다(光大) 등 부동산 신탁사들 자사 상품 현금 지급 연기
중 GDP의 25% 전후 기여 부동산 산업 상황 기가 막힣 지경...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묻지 마 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보고 디폴트 상태에 직면한 중룽신탁의 본사 데스크 전경. 모 기업인 중즈그룹의 파산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묻지 마 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보고 디폴트 상태에 직면한 중룽신탁의 본사 데스크 전경. 모 기업인 중즈그룹의 파산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사진제공=징지르바오]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 경제는 지난 세기 70년대 말에 개혁, 개방에 나선 이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단언해도 좋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도 무려 4조 위안(元. 732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풀어 슬기롭게 넘겼다면 더 이상 사족은 필요 없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초까지 3년 동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휘청거리기는 했으나 전 세계가 다 당하는 어려움이었다고 생각할 경우 진짜 경제가 큰 시련을 겪은 적은 분명 없다고 단언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마디로 이제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될 듯하다.

이런 단정이 가능한 이유는 그야말로 단순하다고 해야 한다. 헝다(恒大. 에버그란데)를 비롯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신탁업체들의 최근 부실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터지기 일보직전의 버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해도 좋다.

만약 터지면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도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제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이는 중국 경제는 완전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중국 GDP(국내총생산)의 25% 전후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부동산 산업의 상황은 정말 기가 막힌다. 상당히 심각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헝다 이외에도 천문학적인 부채를 짊어진 채 디폴트에 직면한 업체들이 비구이위안(碧桂園. 컨트리가든)을 비롯, 그야말로 부지기수에 이른다.

그럼에도 중국 재계의 분위기는 최악의 상황에는 이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듯하다. 당국이 헝다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련 기업들에 최근 무담보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헝다나 비구이위안 등에 묻지 마 투자를 감행한 중룽(中融), 광다(光大)국제신탁을 비롯한 다수의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자사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한 사실에 이를 경우 얘기는 엄청나게 달라지게 된다. 부동산발 금융위기의 전조가 눈에 확 두드러질 정도로 모락모락 피어오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중룽의 상황은 상당히 심각해 보인다. 상하이(上海) 증시 상장사인 난두(南都)부동산관리를 비롯한 다수의 투자사들에게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은 물론이고 이자조차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를 비롯한 홍콩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10월 말까지 지급하지 못한 현금이 무려 40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른 신탁회사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도 좋다.

중국 당국은 상황이 이처럼 예사롭지 않자 이들 회사들을 정조준, 비리 유무와 관련한 공식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룽에 대해서는 모 회사인 중즈(中植)그룹에까지 이미 형사상의 고강도 강제 조치를 취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경영진의 일부를 최소한 구금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만간 경영진들 상당수가 구속된 다음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현재 중국 당국이 파악한 그림자 금융(은행 역할을 하면서도 규제는 받지 않는 금융 기업이나 상품)의 대명사인 중즈의 재정 상태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선다. 부채가 자산 총액의 거의 두 배 가까운 최대 4600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파산에 이르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역시 100%에 가깝다.

이 경우 부동산 신탁업체들과 개발업체들에 미칠 악영향은 완전히 상상을 불허하게 된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거의 메가톤급이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2008년의 그것보다 더 크고 무서운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향후 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은 역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국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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